미 CBS 97년 사고사진 방영… 영 네티즌 ‘선정보도’맹비난 언론·사회 위선비판 목소리도
1997년 교통사고로 숨진 영국 왕세자비 다이애나(사진)가 사망 직전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사진을 미국 지상파 방송 <CBS>가 최근 방영한 것에 대해 영국 인터넷 이용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BBC>방송과 일간 <가디언>의 인터넷사이트에는 이 방송의 선정적인 보도에 대한 비판이 강한 가운데 언론의 보도 태도, 일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BBC>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영국인 ‘나탈리’는 “이번 사건은 언론 내부의 도덕성이 얼마나 야비하고 저급한 수준인지를 강하게 보여준다”며 “절대로 넘어서는 안되는 선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일랜드의 ‘매리’라는 이도 “이번 일은 너무나 천박한 것”이라며 “재닛 잭슨의 가슴 노출 장면을 놓고 난리를 친 바로 그 나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라고 개탄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언론의 보도 태도와 사회 전반의 위선을 비판하는 목소리 또한 크다. <BBC>의 토론방에서 ‘줄리 마셜’이라는 이는 “이번 일로 왜 이리 소란을 피우는지 모르겠다”며 “영국의 텔레비전은 경찰서에서 질식해 죽은 흑인의 모습을 방영했는데, 이를 본 그의 가족들 심정은 어땠겠느냐”고 지적했다. <가디언>의 토론방에서 ‘피저’라는 이도 “빗발치는 포탄 속에서 죽어가는 아들을 감싸고 있는 팔레스타인 아버지 모습을 보고 진정 공포를 느꼈는가”면서 “왕족들은 숨질 때도 위엄을 지킬 수 있고 그밖의 우리는 카메라의 먹잇감에 불과한 것 같다”고 개탄했다. ‘4bore’라는 이는 “(사담 후세인의 아들인) 우다이와 쿠사이를 비롯한 그 누구의 주검일지라도 공개하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썼다.
언론 전반의 이중적인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영국 스코틀랜드의 ‘개리 맥대니얼’이라는 이는 <BBC> 토론방에 쓴 글에서 “(미국 대통령) 존 에프 케네디가 암살되는 장면이 전세계 텔레비전에서 지금도 방영되고 있다”며 “미국 방송들은 <알자지라>가 이라크에서 숨진 미군 병사들을 방영한 것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음을 지적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티브’라고 밝힌 이는 “영국의 신문들이 <CBS>에 분개하고 있지만 며칠 전에 그들은 (영국 유명 방송인) 글로리아 허니포드가 유방암으로 숨진 딸을 땅에 묻으면서 애도하는 모습을 신나게 앞다퉈 보도했다”며 “이중의 보도 기준이 있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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