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은 폭신한 좌석부터 너무나 좋다.
141년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건설된 런던의 지하철에 비해서 30년전 처음으로 개통된 우리 서울의 지하철은 지하공간도 넓고 안정감이 높고 특히 차량자체가 커브길을 돌 때도 쏠림현상도 덜하다. 또한 무엇보다 차량운행시 소음이 낮고 출발과 정거의 힘도 좋으며 브레이크가 잘 들어 시원시원했다. 여기에 노인과 장애인을 돕기위한 우리국민들의 좌석양보도 철저해서 오히려 미안할 정도였다.
런던지하철에서는 휴대전화가 거의 불통상태인데 서울의 경우 거침없이 터져서 과연 IT대국 한국의 위상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런던에서 세계 최초의 지하철도가 뚫린 곳은 패딩턴과 비숍스를 잇는 선으로, 길이는 6킬로미터에 달했다. 1863년 1월10일, 성대한 개통식 행사와 함께 지구 초유의 지하철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런던의 경우 승객의 이동을 위해 408개의 에스컬레이터와 112개의 승강기가 지하철 전역에 설치돼 있다. 유럽국제열차 유로스타가 발착하는 워터루 역은 에스컬레이터 수가 25개로 런던 지하철 중 가장 많은 에스컬레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서울지하철의 경우 역내 엘리베이터와 에스카레이터의 부족으로 현재도 아득한 천국의 계단같은 높은 경사도를 자랑하고 있다. 또한 화강암 계단의 모서리가 마치 석기시대 손도끼같이 날카로와 이에 대한 신체 보호 배려, 계단의 오르내림시 붙들고 기대야할 가드레일 마련 등이 계단의 적절한 채색과 더불어 매우 인색하다. 최근 생겨난 6호선은 그중 경사도가 좀 완만하다고 하지만 실제로 경험해 본 결과 런던에 비교해보면 그렇지도 않다. 마포역 역삼역 교대역 시청역 등 대부분 심한 경사도는 일반 승객의 원망을 저절로 불러일으킨다.
서울의 경우 만65세 이상의 노인들은 탈 때마다 창구역무원에게 심사를 받고 쪽팔린 자세로 우대무료표를 받아 이용하게 되어 있다. 필자가 현장에서 실태를 경험하던 때는 마침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60~70대는 집에서 쉬시라는 노인폄하 발언’ 보도로 노인민심이 흉흉했었는데 역삼역 창구에서는 어떤 노인승객에게 역무원이 적절치 않은 태도로 신분증의 제시를 요구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고 있었다.
런던의 경우에는 평소 60세에 달한 노인은 나이와 거주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사진이 부착된 증명을 1개 이상 포함한 복수의 증빙서류와 여권용 사진 2매를 가지고 우체국에 가면 사진이 붙은 본인증명과 이 증명과 연계된 2년짜리 전자식 스마일 무료승차권을 휴대용 손지갑에 넣어준다. 런던수도권 전역의 지하철 버스 전차 기차 대중용선박 모두를 무료로 사용하게 되며 사용자에게 모멸감을 줄 여지가 없다. 오히려 자랑스럽게 평생 납세해온 어른으로서의 긍지가 보일 정도이다.
서울의 2호 순환선의 경우 특히 오갈 때 없는 노인들의 집단적 소일장소화된 느낌도 받았다. 무엇보다도 첨단장비의 녹음기를 목에 걸고 찬송가류를 틀면서 흰지팡이로 앞을 더듬으며 차내에서 구걸하는 시각장애인으로 보이는 분들의 행각은 외국인에게 경이의 경제대국으로 보이는 한국서울의 현실에 먹칠하는 검은 그림자로 뼈아프게 느껴졌다.
지하철 문제만 보아도 이제 서울은 런던에 못지 않은 훌륭한 시설을 가졌다. 이러한 하드웨어에 운영의 소프트웨어라는 묘를 살려 가졌다 못가졌다의 단계를 뛰어넘어 가진자로서의 삶의 질을 개선해야 할 단계로 하루빨리 승화시켜야 할 때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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