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올림픽의 피날레 이벤트로 열린 마라톤이 사상 초유의 관중 난입 불상사로 빛이 바랬다.
지난달 29일 아테네 북동쪽 마라토나스타디움에서 출발해 시내 파나티나이코스타디움으로 골인하는 남자 마라톤 42.195㎞ 레이스 도중 도로변의 한 관중이 37㎞ 지점에서 갑자기 주로에 뛰어들어 그때까지 선두를 달리던 반데를레이 리마(브라질)를 밀쳤다.
리마는 35㎞까지 1시간50분9초로 단독 선두를 달리며 스테파노 발디니(이탈리아)에 28초 앞서 있었다.
레이스를 방해한 난입자는 아일랜드 출신의 종말론 추종자 코넬리우스 호런(57). 전통 의상인 치마를 입은 호런에게 떠밀려 다른 관중이 서 있던 인도로 넘어진 리마는 간신히 다시 코스로 돌아온 뒤 레이스를 재개했으나 페이스가 흐트러진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스 경찰에 연행된 호런은 ‘심판의 날’이 오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마라톤 레이스 선두를 노리고 시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리마는 막판 스퍼트를 펼치며 뒤쫓아오던 발디니에게 곧바로 38㎞ 지점에서 역전을 허용했고 결국 2시간12분11초로 골인해 3위에 그쳤다. 35㎞까지 2위를 달리던 발디니가 스피드를 내며 선두 추격을 개시했던 상황이어서 호런의 행동이 마라톤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는 지는 쉽게 판단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난입 사태 직후 선두가 뒤바뀌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적잖은 논란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선수단은 리마가 레이스 도중 충분한 경호를 받지 못했다며 조직위 측에 강력히 항의하고 브라질은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이날 마라톤 레이스 도중 발생한 사태에 대해 판정을 내려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져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제일 먼저 파나티나이코경기장에 들어선 발디니는 관중의 박수를 받으며 결승테이프를 끊었지만 관중과 취재진의 관심은 온통 3위로 들어오는 리마에 쏠려 있었다.
쓰러질 듯한 표정의 리마가 파나티나이코 땅에 내딛자 관중은 열렬한 기립 박수로 마치 금메달리스트를 대접하듯 환호성을 질렀다.
2시간10분55초로 금메달을 따낸 발디니도 ‘마라톤 평원의 진정한 영웅’으로 박수받아야 할 시상대에 찜찜한 기분을 갖고 올라서 우승의 의미가 퇴색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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