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 주미대사의 내정이 발표되자 ‘수구’는 그들대로 우려하는 반응을, ‘진보개혁’은 또 그나름대로 불안하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조선일보로 대표되는 ‘수구언론’측은 「우려되는 점도 없지 않다. 주미대사는 한국 정부의 뜻을 미국에 정확히 알리는 책임이 있지만 미국 쪽 생각과 분위기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듣기 싫은 쓴소리라도 직언해야 하는 자리다. 그런데 당국자들이 미리부터 홍내정자의 역할이 마치 ‘노무현 외교의 미국 내 홍보 사령관’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걱정스럽다.
더욱이 정부 차원에서 그를 차기 유엔 사무총장으로 밀기 위해 주미대사 자리를 징검다리로 삼는 것인 양 흘리는 것은 그것이 설혹 사실이라 하더라도 자칫 국제사회의 오해와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
또 다른 관심은 권력과 언론의 관계다. 현 정권은 집권 이래 줄곧 신문과 방송, 신문과 신문 사이를 편가르면서 비판 신문들을 적대시 해 왔고 지금도 여권은 언론자유의 기본에 대한 각종 제약을 담은 신문법안을 국회에서 밀어붙이고 있다. 이 상황에서 유력 신문사의 대주주이자 권력으로부터 언론의 위상을 지켜내는 데 앞장서야 할 신문협회장을 맡아온 홍내정자가 권력에 들어간 것이다.
그것이 앞으로 권력과 언론의 관계에서 무슨 긍정적인 효과와 어떤 부정적인 반작용을 불러올지 지켜보지 않을 수 없다」고 극도의 우려감을 보이고 있다.
또한 ‘개혁과 진보의 대변지’로 자처하는 한겨레신문은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주미대사 내정자로 내정된 것은 ‘뜻밖의 사건’이다. 홍내정자는 이른바 ‘노무현 코드’와 거리가 먼 인물이다. 그렇다고 외교관으로서 그 전문성이 두드러진 것도 아니다. 이번 인사의 배경에 숨은 뜻이 궁금하기 짝이 없는 까닭이다.
홍내정자는 ‘조·중·동’ 아성의 성주였다. 그 조·중·동은 ‘낡은 질서’의 상징 아닌가. 홍내정자는 노무현 정권이 시도하는 개혁의 발목을 한사코 물고늘어진 수구집단을 대표하는 인물의 하나인 셈이다. 개혁을 추구하는 정권과 개혁에 저항하는 언론사 사이에 ‘야합’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 법하다. 파격을 즐기는 대통령의 취향과 국제적 명망을 노린 언론사주의 꿈이 빚어낸 절묘한 조합이라고 해도 ‘위험성’은 마찬가지다. 개혁에 지친 권력이 전술적인 변화 카드로 이번 인사를 활용했다면 위험한 ‘도박’이다. 앞으로 노무현 정권과 중앙일보의 관계가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
그가 주미대사로서 적임자인지도 의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내 언론과 학계의 다양한 교류와 국제적 감각’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내정자를 비롯한 미 행정부와 의회의 인맥’등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의 경력은 ‘귀족집안’의 자제로서, 그리고 언론재벌의 사주로서 ‘땀 흘리지 않고 쌓아올린 자산’이라는 점에서 그 생명력엔 한계를 지녔다고 판단한다.
특히 주미대사는 민족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대미 편향’은 강점이자 치명적인 약점이다. 그의 실용주의 노선이 미국이 추구하는 시장 개방정책에 맞장구칠 개연성도 높아 걱정이다.
공은 이미 홍내정자에게 넘어갔다. 훗날의 꿈, 이를테면 ‘차기 유엔총장’을 의식하며 행동하는 일은 국익에 반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명심하라. 행정부에 치우친 대미외교의 폭을 언론과 학계 등 영역으로까지 넓힐 수도 있겠다는 한가닥 기대를 저버리지 말라」고 “홍석현 ‘깜짝카드’, 불안하다”를 직필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두 대립세력이 모두 홍내정자의 발탁에 대해 ‘우려하고’‘불안하다’는 같은 목소리를 내고있는 것은 사실상 이번 인사의 비합리적 불가예측성과 파행적 본질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직설로 바꾸면 인사에 여와 야를 아울러 모두 반대한다는 대표적인 사설들이라 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재차 심사숙고를 촉구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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