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할지 모르니 1년 살아보고…’ 의식 확산
20대 절반 긍정적 … 일부선 ‘계산적’ 비난도
장모(남·30)씨는 결혼 3개월이 넘었지만 아직 혼인신고를 올리지 않았다. 혼인신고는 좀 천천히 해도 된다는 장모님의 말씀이 있었기 때문이다. 장씨는 “결혼식을 올리고 나서 1년 쯤 뒤에 혼인신고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며 느긋한 모습이다.
최근 결혼식도 올렸고 사실혼 상태이면서도 혼인신고는 몇 개월 혹은 1년 정도 뒤로 미루는 부부들이 늘고 있다.
이상복 인터넷 행정사무소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이곳에 혼인신고 대행의뢰를 해온 부부 214쌍 중 68.7%인 147쌍이 혼인신고를 뒤늦게 하는 경우였다. 이상복 인터넷 행정사무소 관계자는 “소득공제나 전세자금 대출 등과 관련해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먼저 혼인신고부터 하는 경우가 아직은 더 많지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혼인신고를 늦추는 사례도 증가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단지 동거인으로 남아있는 건 “바빠서 혼인신고하는 걸 잊어버렸다”는 부부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두 사람의 합의 아래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높아지자 실속을 내세우는 신세대 부부들이 혼인신고까지 미뤄가며 ‘동거부터 먼저 해보기’를 선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4년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2003년 이혼건수는 16만7096건으로, 하루 평균 458쌍의 부부가 갈라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15.0% 증가한 수치다.
김태영의 <유교문화의 돌연변이 일본>에 따르면 우리나라 20대의 50% 정도가 혼전동거에 찬성한다고 대답한 데 비해 일본의 20대는 이보다 많은 85%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저자는 이런 설문결과에 대해 “일본에서는 1980년대 들어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크게 변해 반드시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급증세”라고 분석했다.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한경혜 교수는 “혼인신고를 미루는 커플이 많아졌다고 단정짓는 것은 위험한 일이지만, 예전엔 감히 생각도 못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선 분명 오늘날의 트렌드를 일정 부분 반영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높은 이혼율로 결혼이란 제도가 불안정해지다 보니 이혼하고 나서도 서로 깨끗하게 헤어지자는 일종의 ‘계산’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교수는 또 부모가 혼인신고를 미루라고 제의하는 것에 대해 “요즘은 부모들이 딸자식에게도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 시대”라며 “여자는 결혼이나 이혼으로 인해 잃는 것이 많다는 인식 때문에 부모로서는 일단 어느 정도 살아보고 혼인신고를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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