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토니 블레어 수상의 노동당 정부는 지난주 하원을 해산하고 5월5일에 총선거를 실시하기로 엘리자베스 여왕의 재가를 받았고 이에 따라 온 영국은 선거체제로 들어갔다.
선거운동기간 중인 영국에서는 연일 언론의 열띤 보도 이외에는 총선거가 있는지도 잘 모를 정도이다. 다만 각당에 몇 차례씩 허용된 선거공보만이 각 가정에 배달되고 있고 각 가정의 유별난 지지자들은 자기집 앞에 특정 후보지지의 피켓을 세우기도 한다.
여당인 노동당은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면 여성 유방암 환자에 대해 전문의 진료 대기기간을 2008년까지 2주 이내로 줄일 것을 공약 선언했다. 이에 질세라 보수당은 집권하면 새 아동병원을 마련하겠다고, 제3당인 자유당은 노동·보수양당의 목표치는 현실적이 아니라 희망일 뿐이라 선언하고 자당은 1만명의 경찰관을 늘려서 민생 치안확보에 주력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당의 공약은 이렇게 구체적이고 분명한 가운데 심판을 받게 된다.
영국 유권자의 최근 여론조사결과는 노동당이 36% 보수당이 35% 자유당이 28%의 박빙의 차이를 보이고 있어 현재로서는 승리를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영국의 선거제도가 소선거구제도를 택하고 있어 선거구당 1표라도 많은 득표를 하면 그 1명의 후보만 당선이 되도록 되어 있고 그러한 당선자가 과반수이면 단독 안정정권이 가능한 시스템이므로 유권자 1%의 투표수 차이는 결과적으로 수십석 때로는 수백석의 하원의원 의석수 차이를 가져올 수도 있게 된다. 영국은 비례대표제도가 없기 때문에 제2득표자 이하의 투표는 사표가 되는 허점이 있다.
각 소선거구당 박빙의 차이라면 차점이하의 표는 전부 사장되고 당선자는 1% 이내에서도 단 몇 표 차이로 상당한 의석수 차이의 다수당이 성립되곤 한다.
또 노인인구의 증가로 애완견의 오물처리를 너무 단속하는 입법처리를 하면 정권이 넘어간다는 이야기는 이러한 몇 표 차이의 위력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니 노인복지의 정당별 구체적 제시수치는 사실상 정권성립 유지의 사활문제가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유방암 가능 연령 여성의 표를 긁어 모으기 위한 노동당, 아동 환자층을 가진 부모를 겨냥한 보수당, 지역적 잔챙이 범죄에 피곤한 계층을 겨냥한 자유당의 구체적 득표작전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유권자는 선거일 1주 전까지 우편투표 또는 인터넷 투표도 할수있도록 되어 있어 실제 투표장에서의 투표가 때로는 30%를 밑돌기도 한다.
이번 선거는 총선거일을 여당인 노동당의 결단으로 토니 블레어 총리가 유리한 시점에서 선택한 만큼 노동당의 재집권 가능성을 현지 주민의 피부느낌으로 점쳐보지만 선거결과란 뚜껑을 열어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당선 후 꼭 지켜야 하는 공약에 따라 1표가 무서운 영국의 총선거를 보는 감회는 선거만 지나면 나몰라라 하는 한국의 정치인들과 겹쳐 많은 반성을 하게 한다. 하기야 영국의 경우 공약 한번 못 지키면 정치생명이 끝장나는 ‘약속’절대의 나라이니….
우리나라도 언제나 집권자의 정강 정책과 실적 그리고 공약 하나하나가 정밀한 계수기 모양 선거결과의 의석수로 그대로 반영될 수 있을까 그리고 선거법위반으로 인한 의원직 박탈로 때로는 판사가 국회를 지배하는 해외토픽감을 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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