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을 둘러싼 거짓말 논란에도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지지도가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당초 블레어 총리가 이라크 전쟁 8개월 전에 내각 핵심참모들과 회의를 열어 이라크 정권 교체를 논의했음을 입증하는 총리실 비밀 회의록이 폭로된 직후 블레어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은 이번 총선에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2일 영국 언론에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는 보수당과 자유민주당을 여유롭게 따돌리고 있어 이변이 없는 한 노동당 3기 연속 집권이 확실해 보인다.
◆비밀문건 잇따라 폭로=블레어 총리가 불법인 줄 알면서도 이라크 침공을 결정했다는 문서가 지난달 28일 폭로된 데 이어 1일엔 그가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을 일부러 부풀렸음을 시사하는 문건이 공개됐다. 5일 총선을 앞두고 극도로 민감한 시기에 비밀 문건이 잇따라 유출된 것은 블레어 총리의 측근이나 노동당 정권 핵심 인물 가운데 총리를 견제하는 세력이 있음을 의미한다.
1일 공개된 문건에 따르면 블레어 총리는 2002년 7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만나고 돌아온 직후 군과 정보기관, 핵심 각료를 소집해 “정치적 환경만 조성되면 국민이 이라크 정권교체를 지지할 것”이라며 “관건은 군사계획을 수행할 정치적 전략을 세우는 것”이라고 밝혔다. 블레어 총리가 말한 ‘정치적 전략’이란 이라크 WMD 위협을 과장해 군사행동을 정당화하는 것을 뜻한다. 또 영국과 미국이 이라크 침공 8개월 전에 이미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정권의 교체를 사전 합의했음이 이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블레어 총리는 그동안 사전합의설을 강력히 부인해 왔다.
◆총선 판도는 큰 변화 없어=현재 노동당은 전체 659석 중 412석을 차지하고 있으며, 보수당과 자유민주당은 각각 166석과 52석을 점하고 있다.
2일 <데일리 텔레그래프> 및 유고브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동당 지지도는 36%, 보수당은 33%, 자유민주당은 24%로 노동당이 최소 96석 차이로 보수당을 누르고 재집권할 것으로 전망됐다. <더 타임스>의 조사에서도 노동당 지지도는 비밀문건 폭로 이전보다 오히려 1%포인트 더 상승했고 보수당 지지도는 29%로 선거전 이래 최악의 지지도를 보였다.
야당이 이라크 전쟁과 관련해 블레어 총리를 ‘거짓말쟁이’로 몰아세우며 도덕성 문제를 제기했으나 유권자들은 별 반응을 보이질 않은 것이다. 선거 전문가들은 또한 블레어 총리가 연속 집권 이후 총리직을 인기정치인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에게 이양할 것임을 시사하고, 경제 호황도 지속될 전망이어서 정권 교체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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