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EU 정상회담서 고립 위기 [영국대표 한인신문]

유럽헌법 무기한 연기 각국 비난 … 리베이트 다툼 예상

오는 16~17일 브뤼셀에서 열릴 예정인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완벽히 고립될 위기에 처했다.
10일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블레어 총리는 최근 유럽헌법 투표를 무기한 연기하면서 각국 정상의 빈축을 산 데 그치지 않고 논쟁이 되고 있는 `영국 리베이트`를 얻어내기 위해 각국 정상들과 한바탕 싸움을 벌이게 될 전망이다.
`영국 리베이트`는 지난 1984년 영국이 심각한 경제불황 상황에서 얻어낸 환불규정이다. 영국은 이 규정을 통해 EU 재정분담금 가운데 매년 30억파운드 내외로 21년간 모두 500억파운드를 되돌려 받았다. 이에 따라 프랑스 등은 영국 경제가 크게 호전된 만큼 이 규정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9일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계속해서 눈밖에 나는 영국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2007~2013년 EU 재정분담안과 관련해 “영국인들이 유럽 통합을 위해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을 시기가 왔다”면서 리베이트의 자진 철폐를 촉구했다.
블레어 총리는 이미 이 같은 비난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그의 개인적인 친구이자 유럽에서 가장 우호적인 동맹 가운데 하나인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마저 영국에 등을 돌리게 될 전망이어서 블레어 총리는 그 어떤 때보다 외로운 싸움을 벌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의 의장을 맡을 룩셈부르크의 장 클로드 융커 총리에게 보낸 서한에서 “영국 리베이트를 크게 수정하고 단계적으로 철수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여전한 바람”이라고 말했다.
블레어의 보좌관들은 다음주 정상회담에서 EU가 예산안 골자에 합의하는 데 실패할 경우 모든 비난의 화살이 영국에 쏠릴 것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유럽 각국은 영국이 환율 안정 등을 이유로 유로 가입에 반대했을 때도 “유럽 경제 현안에서 영국의 영향력을 축소해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이에 따라 영국도 반격에 나서고 있다. 영국인들은 “시라크 대통령은 5월30일 프랑스 국민들이 EU 헌법을 부결하면서 당했던 망신을 리베이트 논쟁으로 옮겨가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블레어 총리의 대변인도 “행동을 취하고 말고 문제가 아니다. (영국 리베이트는) 현실과 관련된 문제”라고 맞받아쳤다. 그는 “유럽 집행위원회 2007-2013 예산안 하에서 영국은 리베이트가 없을 경우 프랑스나 이탈리아보다 2.5배 많은 돈을 내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EU 회원국들의 입장은 확고해져만 가고 있다. 그들은 이번 회담에서 매년 8000억~9000억유로에 달하는 EU 예산이 낭비되고 있는 데 대한 책임을 추궁하게 될 전망이다. 니콜라스 슈미트 룩셈부르크의 유럽장관은 9일 “합의가 가능하긴 하겠지만 지극히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