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명 특별법’ 왜 추진하나
열린우리당이 2일 이른바 ‘X파일’로 알려진 국가안전기획부의 불법 도청 테이프 처리를 위해 ‘국가안전기획부 불법도청 테이프 등의 처리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키로 함으로써 X파일 내용의 공개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정치권 논란도 증폭될 전망이다.
여당은 ‘국민의 알 권리’와 현행법이 충돌하면서 생긴 국민적 혼란을 방치할 수 없다는 논리지만 정치적으로 손해볼 게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현재까지 274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도청 테이프 공개 여부를 검찰이나 정치권에 맡길 경우 또 다른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차라리 그 판단을 민간에 넘기자는 주장이다.
열린우리당이 추진키로 한 특별법의 주요 내용을 보면 이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열린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고위정책회의에서 “‘국민의 알 권리’와 법리적 문제, 도청 내용 공개가 가져올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신망과 덕망을 갖춘 사회원로들이 참여하는 ‘제3의 기구’, 즉 진실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대표는 “그러나 이는 현행법의 한계를 뛰어넘는 일이기 때문에 한시적 특별법을 만들 필요성이 있어 당 차원에서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혜영 정책위의장도 “국민 절대 다수가 모든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데, (X파일이)불법도청 자료라 (공개에는)적법성에 문제가 있다”며 특별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1일 ‘제3의 기구’ 필요성을 처음 언급한 데 이어 2일 ‘특별법 제정 추진’ 방침까지 밝히며 속도를 내는 것에 대해서는 ‘모종의 정치적 판단을 깔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X파일 자체가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 집권시절에 만들어진 것이고, ‘제3의 기구’를 통해 그 내용이 공개되더라도 열린우리당은 손해볼 일이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정세균 대표는 “어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X파일) 내용이 공개돼도 상관없다고 말했는데, 뭐가 괜찮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어떻게 보면 한나라당은 불법 도청의 당사자인 만큼, 자기 반성과 고백을 해야 하는 주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이 여당의 특별법 추진 움직임에 강력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는 “지금 법을 만들어도 과거 행위에 소급될 수 없다”며 “안되는 것을 뻔히 알면서 주장하는 것은 정치공세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원혜영 의장은 이날 “국정원 등 현 정부 국가기관에 의한 도청은 없다는 점을 여러 차례 확인했지만, 국민의 불신과 의혹은 증대되고 있다”며 “국가기관의 활동에 대한 국민 신뢰 확보를 위해 불법도청 감시기구의 설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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