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문제로 홍역을 앓아 온 영국이 다시 입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14일 영국 언론들에 따르면, 18일 발표될 A-레벨 시험의 합격률이 지난해에 이어 다시 상승해 무려 97%에 달하면서 ‘성적 인플레’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A-레벨은 중등과정을 마치고 2년간 이수하는 대학입시 준비과정으로 논술 시험 성격이 강하다.
시험이 난이도 조정에 실패, 합격증은 시험을 본 증명서에 비유될 정도다. 최고점수 A등급의 경우, 지난해 5명 중 1명에서 올해 4명 중 1명으로 늘어났다. 대학 재학생 가운데 A등급자의 총 누적비율은 2001년 이미 55%를 넘어섰는데 이번에 더욱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결과는 다른 입학시험인 GCSE(중등교육 자격시험)와 함께 변별력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제도 실효성 논란으로 이어진다. 교육부는 “학생 실력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면서도 “내년 시험은 어렵게 출제하겠다”고 말해 난이도 조정실패를 시인했다.
대학 등 교육계와 이들을 고용할 기업가들은 학생 능력을 측정하지 못하는 시험을 사정기준으로 삼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반복되는 성적 인플레로 입시제도 개선요구가 팽배해 지고 있는 것이다. 야당인 보수당은 A등급자의 비율에 제한을 두자는 방안을 제시했고 일부에선 두 시험을 프랑스의 바칼로레아(대학입학자격시험)처럼 합치자는 통합론도 제기하고 있다.
수년 동안 이 같은 통합론 등을 반대해온 교육당국도 점차 제도개선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있다. 한 당국자는 “정부도 입시제도 개혁을 위해 문을 조금 열어두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의 경우 연초 학생들의 학력저하를 우려, 바칼로레아 평가방식의 개선을 포함한 교육개혁을 시도한 바 있다. 다만 영국의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인플레’ 고득점에 흡족해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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