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족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인 효행을 선양하고 지켜나감으로써 부모에게 효도하고 이웃에게 사랑을 베푸는 이들을 발굴해 밝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데 기여할 목적으로 금년부터 제정된 재영한인 효행상이 지난 13일 저녁 한인송년잔치에서 세 가정에게 포상함으로 첫 선을 보게됐다.
이는 라종일 주영대사의 사재 일만달러의 쾌척을 통해 나를 따르라(Follow me)의 솔선수범이 종자돈이 되어 앞으로 한인사회에서 영구히 지켜나갈 제도로서 제정된 것이다.
라종일 주영 한국대사
91세에 장서한 라대사의 선친 고 라용균 국회부의장은 1910~20년대에 벌써 와세다대와 런던대에서 유학을 한 정읍의 호족출신으로 독립운동과 한국정계의 신사정치가의 거목이었던 점을 상기한다면 6남1녀의 자녀 모두 독실한 효행을 실천했을 것이고 라대사가 그 가정의 4남이었다는 점에서 결코 이러한 선행이 우연이라고 할 수 없겠다.
우리모두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 보자. 1만달러는 커녕 10파운드라도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이러한 선행을 단행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이러한 의미에서 아래의 시조 한 수는 매우 큰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 하겠다.
어버이 살아신제 섬길 일란 다하여라
지나간 후이면 애닯다 어찌하랴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이 이뿐인가 하노라.
송강 정철(1536-1593)
고산 윤선도, 노계 박인로와 더불어 조선조 3대 작가 중 으뜸으로 손꼽히며, 단가에 윤고산, 장가에 정송강이라고 일컬어지는 가사의 제1인자 송강. 시가집 <송강가사> 안의 작품에는 관동별곡, 성산별곡, 사미인곡 등 장가를 비롯하여, 장진주사, 훈민가 등과 같은 단가(시조) 77수가 실려 있다.
효도는 백행의 근본이며, 불효는 죄 중에 대죄이다. 그러니 효도는 미루었다가 하는 것이 아니다. 살아 계실 적에 효를 게을리해선 안된다.
송강 정철의 <훈민가> 중 자효
이번에 한인회의 효행상 심사위원회를 통과하여 수상한 분들의 내역은 아래와 같다.
(1) 최영주 : 주부. 시어머님을 화목하게 모시며, 남편과 자녀들 뒷바라지를 충실히 하여 영국에서의 모범적인 한국인 가정을 꾸려나가는 등 타의 모범이 되므로 추천됐음.
(2) 서준호 : 올 31세로 연로한 부친을 도와 야채와 생선을 판매하는 청년으로 자기 자신보다는 부모님을 더 생각하는 현대에 보기드문 효자로 추천됐음.
(3) 영국인 Dr. and Mrs. Philip Towle : 케임브리지대 성 존스 칼리지 교수 부처. 친가와 처가 양가 어른들이 치매로 고생하시는데 양측 어른들을 잘 돌보고 있어 타의 모범이 되고 있으며 특히 한국인 제자를 다수 배출한 점을 고려하여 추천됐음.
한편 이번 행사를 주관한 한인회 및 위원회의 조성영 회장은 우리 재영한인들은 라종일 대사의 개인적인 물심양면의 지원으로 우리의 정체성을 찾기로 결의했다고 각오를 밝히고 앞으로 종자돈의 잠식없이 교민 스스로의 자발적인 재정적 협찬을 받아 효행상의 계속적인 차질없는 제도화를 다짐했다.
김남교 / 재영 칼럼니스트 / 디지털사상계 편집위원(nkymm@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