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정부에 강력 항의… 한일정상회담 취소 검토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가 우리 정부의 거듭된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17일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함에 따라 한때 회복 기미를 보이던 한일관계가 급속하게 냉각되고 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 강행과 관련, 이날 오시마 쇼타로 주한 일본대사를 서울 세종로 소재 외교부 청사로 불러 강하게 항의했으며, 라종일 주일 대사도 일본 정부에 강한 유감의 뜻을 전했다.
반장관은 이 자리에서 “과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민들에게 형용할 수 없는 아픔을 준 침략 제국주의 행태의 상징으로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총리가) 참배하지 않도록 여러차례 요청했는데도 불구, 참배를 강행한데 대해 깊은 유감과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외교통상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일본이 미래지향적인 한일 우호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고 국제 사회에서 책임있는 역할을 담당해 가고자 하는 진정한 의지가 있다면 과거사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이를 실천하는 자세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며 총리를 비롯한 일본의 책임있는 지도자들이 더 이상 신사 참배를 하지 말 것을 재차 촉구했다.
특히 우리 정부는 다음 달 부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기간 또는 연말 개최가 예상됐던 한일정상회담의 전면 취소도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서 신사 참배를 둘러싼 양국간 외교 갈등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한일관계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향후 양국관계를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별도의 성명을 통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김대변인은 ‘셔틀 정상외교’의 일환으로 12월 예정됐던 노대통령의 방일 정상회담과 관련, “오늘 이후로 일정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하고, 부산 APEC 정상회의시 한일 양자 정상회담 추진에 대해서도 “특별히 검토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고이즈미 총리는 오전 10시10분 도쿄 구단시타의 야스쿠니 신사에 도착, 일반인들이 이용하는 참배소 앞에서 합장하고 묵념하는 형식으로 참배를 마치고 돌아갔다.
올들어 한일관계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시작으로 역사·공민 교과서 왜곡, 군 위안부와 원폭 피해자 보상 거부 등을 거치면서 상반기 내내 악화일로를 걸어오다, 6월22일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다소 회복 조짐을 보였으나 이번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를 계기로 또 다시 관계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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