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72시간 앞둔 지금 현재까지 11월부터 계속 시간을 다투며 핵의 동결해제와 재생산을 향해 세계를 겨냥 속공하던 북한은 드디어 영변 흑연감속로의 1개월내 재가동 개시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통보하고 급기야 감찰관까지 추방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한국 수도권의 2천여만 동포와 주한미군 3만7천명을 포함한 5만여 서구인 등 외국인들을 직접 ‘불 바다속’ 생명을 담보로 한 북한의 벼랑끝 전술이 코앞에 닥치고 있는 것이다.
1981년 6월7일 18시30분. 시나이 반도의 에치온 공군기지를 떠난 이스라엘의 F-16 전폭기 1개 편대 8대가 1천55㎞를 날아가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 동남방 22㎞에 있는 오시락(Osirak) 원자로 관련 시설들을 폭파했다. 동년말 완공목표로 건설중이던 이라크의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은 불과 2분∼3분 사이에 불바다로 변했다. 이 ‘바빌론 작전’의 성공으로 이라크는 핵무기 보유의 일정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이러한 쾌거의 이스라엘과는 달리 현재 미국은 더욱 정밀도를 자랑하는 순항미사일 또는 전폭기에 힘입어 가공할 ‘영변 핵 시설 폭격’으로 순간적인 ‘북핵 제로’로 기정사실화를 하고 싶다해도 현재 휴전선에서 근접한 한국의 수도권에 집중배치된 미군과 한국군 등을 겨냥하고 설치해놓은 북한의 수천기 미사일 가운데 단 한 방이라도 보복 발사에 성공하지 못한다고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측의 희생없이 무력으로 북한을 전면 제압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에 고민이 있다.
결국 북한의 무모해 보이기조차 하는 벼랑끝 전술의 ‘위협공갈’에도 불구하고 미국이나 한국이 명쾌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김대중정권의 현재까지의 대북정책을 대체로 계승하겠다는 노무현 당선자의 기자회견과 두 여중생 사건과 관련해 소파(SOFA)개정을 요구하는 한국의 대대적인 데모까지 겹쳐 미국정부는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 된 가운데, 현재 한반도의 힘의 균형추 역할을 하고있는 주한미군 철수를 촉구하는 <뉴욕타임스>의 칼럼도 드디어 나타나기 시작했다.
▲유엔의 핵 감시장비.
<뉴욕타임스>칼럼, 주한미군철수 촉구도 등장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윌리엄 새파이어는 최근 동 지면에서 북한 핵문제를 거론하면서 북한이 테러의 무기창고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한국인 유권자의 대다수가 주한미군의 존재에 분노하고 있으며 이어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무익한 대북정책을 계승하는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미국은 제국주의적인 강대국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을 원치 않는 국가에는 군대를 주둔시키지 않는다”면서 주한미군은 북한군의 침공의 억제와 저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군이 북한의 침공을 격퇴할 수 있도록 즉각 지원하기 위해 배치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무엇보다 미국 안보의 최우선은 핵미사일로부터 본토를 지키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주한미군이 비무장지대(DMZ)에서 미사일 핵무기공격 등의 인질로 잡힐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2002년을 보내며 새해의 우리나라를 내다보는 지금도 심지어 일본을 포함한 외국의 언론 등이 밤을 새며 북핵위기의 진전에 상당한 비중으로 실시간 보도에 지면을 할애하는 동안 한국의 언론은 거의 전부 무사태평으로 내용도 그 다음날이나 돼야 순화시켜 보도되는 것을 보며 각자가 처한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국내외의 지역논리를 몸소 경험하게 된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당권보도나 앞으로의 신정권의 하마평이 북핵위기 대책논의보다 그렇게 더 중요할까?
당장 핵무기 등의 직접적인 미사일공격위협 아래 있는 국내는 태평이고 가족과 친척 친구를 조국에 두고온 타국의 우리가 왜 더 불안에 떨어야 하는 것일까.
정답을 모르는 가운데에도 새해는 밝아온다.
새해에는 한반도에도 항구적인 평화가 오기를 기원한다.
김남교 / 재영 칼럼니스트 / 디지털사상계 편집위원(nkymm@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