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영어원서로 소설을 읽을 수 있을까? 하나의 요령을 제시해 본다.
요즘은 인터넷의 바다 속에 빠져보면 우선 ‘아마존’같은 거의 무한대의 책의 보고를 대하기에 수월한 세상이 됐다.
런던의 사무실 또는 출장을 가기위한 비행장 출입구에서 신간 고전 등 영어 책이 쌓여 있는 서점을 부러운 눈으로 보고도 그냥 지나치기 쉽다.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않고 특별히 영어를 전공하지도 않고 고3때의 영어단어실력이 인생의 최상이라고 여겨지는 ‘보통인’(layman)으로서 영어 특히 소설 등을 원서로 읽을 수 있는 길이 과연 없는 것일까?
필자는 35년전 수출시장개척을 위해 연간 300일도 넘게 해외출장을 다니기도 했다.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한 기다림, 기내에서 10시간씩 계속 여행 그리고 급유 등 중간 기착지에서의 대기, 시차로 또는 계약성과에 대한 걱정으로 잠 못이루는 호텔에서의 긴긴 밤 독수공방을 이기기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열중해야 했다.
당시엔 인터넷도 없었고 한국으로의 국제전화도 예약후 몇 시간씩 기다리다 지치기도 했고 아내에게 연애편지 쓰기도 너무 지쳤다.
어느날 홍콩공항의 서점 진열대에 놓인 두툼한 소설 한 권을 빼들었다. 여행중 무게와 예산이 있다보니 저절로 ‘페이퍼 백’이었다. 비행기 환승시간도 남아 무료하던 참에 그 책의 뒤 표지를 보니 꽤 흥미있게 소개되어 있다.
무조건 사들고 예정대로 홍콩 공항에서 남아연방의 요하네스버그로 가는 길에 올랐다. 중간에 세이실레스섬에 기착후 12시간 걸리는 여정을 그 책 한권으로 결투를 신청했다. 처음 30페이지 정도는 차라리 도를 닦는 것이 낫지 무슨 뜻인지도 물론 모르고, 모르는 단어는 사전을 찾지 않고 ‘스키프’해 전체의 의미를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이렇게 시작한 원서 읽기는 한번으로 안되면 2번 그것도 안되면 3번 4번으로 몇 년후 또 읽기 등으로 친숙해갔다. 첫번째 책의 독파가 힘들었지 그다음부터는 그래도 비교적 수월했다. 그 다음부터는 혼자의 기다림, 장거리 여행, 시내 출퇴근시의 기차 등에서 무료한 시간이 없어졌다.
책이 어렵다고 느껴질 때는 20대에 군대에서 받던 훈련을 상기했고 이겼다. 극락강과 무등산을 람보같이 헤매던 그 추억이 나의 인생을 이기게 해준 것이다.
집에서도 자연히 책을 가까이 하게 되고 이 버릇은 2세에게도 전승되어 그들은 물론 3세에게 까지도 책을 가까이 하는 습관이 잘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의 책과 관련된 가장 큰 수확이라 하겠다.
초기에는 영어소설 중 시드니 셸던, 프레데릭 포사이스의 작품 등이 비교적 접근하기에 재미있고 덜 지루하다고 본다.처음엔 모르는 단어를 그냥 넘기고 전체의 의미를 파악하다가 그 단어가 거듭되면 사전을 찾아 꼭 외워두면 나중에 퍽 요긴하게 쓰인다.
예를 들면 시드니 셸던의 ‘내일이 오면’(1985년 Harper Collins ISBN0 00 222728 2)은 아름답고 지적인 미혼의 트레이시 위트니가 함정에 빠져 인생을 망친 후 다시 일어서서 복수해 나간다는 얘기 구성에 세계의 각 중요도시를 등장시켜 독자의 응원까지 받아가며 아슬아슬한 ‘범죄’의 성공과 함께…. 우선 지루하지가 않다.
제일 쉬워보이는 것으로 오늘부터라도 시작해 보시기를 권한다.
그렇게 읽고 쌓인 책들이 차고를 채워 이사할 때 애를 먹기도 했다. 지금은 대부분 나눠줬다.
요즘은 인터넷의 ‘아마존’에서 책의 줄거리와 서평까지 다 보고 헌책을 사면 싸게 먹힌다. 3~4일이면 배달까지 되니 여간 편하지가 않다.
김남교 / 재영 칼럼니스트
nkym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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