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핵 벼랑 외교 속에 자고나면 새로운 사태가 나타나는 한반도의 북쪽 수도 평양의 영빈관에서는 세계적인 위기감과 북녁동포의 굶주린 신음을 모른채 지금도 19세기형 궁정외교파티가 진행되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평양 영빈관 식탁에는 이날도 캐비어가 수북하게 쌓이고 북한의 자칭 ‘경애하는 지도자’김정일 위원장에 의해 보드카와 샴페인이 흘러넘치면서 공식 방문중인 모스크바 시장에 대한 접대 파티는 무르익어 갔다.
바깥 평양거리에는 계속된 정전속에서 때마침 몰아친 한파에 떨고있는 국민들은 무엇이라도 먹을 수 있는 것을 찾아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김정일 위원장의 식탁의 휘황한 샹들리에 아래서 북한주재 러시아 대사 안드레이 카아로프는 유리 미하일로비치 루쥬코프 모스크바시장의 호스트역에 열중하고 있는 수수께끼 속의 김위원장을 물끄럼히 관찰하고 있었다. ‘만찬회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진행되였다’고 추후 공식 보도됐다.
그러나 카아로프 대사는 ‘상호간의 존경’스러운 파티중에도 북핵위기는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음을 알 수밖에 없었다. 이날 저녁 만찬 바로 전 김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의 정중하지만 단호한 메세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평양이 핵무기를 개발하겠다고 위협하면서 미국을 도발하는 행동을 중지하길 원한다. 대결은 지역평화를 해칠 뿐이다. 모든 당사자가 대화를 할때다”라고 푸틴은 경고했다.
카아로프 대사의 우려는 모스크바 시장의 귀국 수시간 후에 현실로 나타났다. 북한의 관리들은 영변의 국제원자력기구가 설치한 봉인을 철거하기 시작함으로 푸틴의 호소는 무시됐다. 최근 북핵위기의 가시적 물리적 시작인 것이다.
이러한 <선데이 타임스>의 최근 심층보도는 아래 인용된 북한 관영 통신의 같은 사실에 대한 공식 발표와 함께 그림은 양면이 각각 다르지만 알맹이는 같은 동전의 양면성을 보인다. (북한의 집권자 신격화 동맥경화 체제를 실제로 독자에게 있는 그대로를 보이기 위해서 이하 재일 조선통신의 원문보도를 그대로 인용했다.)
김정일 총비서 모스크바 시장 접견
“조선로동당 총비서이시며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위원장이신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께서는 23일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있는 로씨야련방 모스크바 시장 유리 미하일로비치 루쥬꼬브와 그의 일행을 접견하시였다. 석상에서 시장은 김정일 동지께 보내는 로씨야련방 울라지미르 울라지미로비치 뿌찐대통령의 인사를 전해 드리고 자신이 준비해 온 선물을 올리였다. 김정일 동지께서는 사의를 표하신 다음 시장의 우리나라 방문을 열렬히 환영하시고 그와 따뜻하고 친선적인 분위기 속에서 담화를 하시였다. 김정일 동지께서는 손님들을 위하여 만찬을 마련하시였다. 만찬회에는 시장 일행과 함께 조선주재 로씨야련방 특명전권대사 안드레이 겐나지예비치 까를로브를 비롯한 대사관의 공식외교관들이 초대되였다.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위원 연형묵,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정하철, 외무성 제1부상 강석주, 평양시인민위원회 위원장 량만길,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지재룡, 외무성 부상 궁석웅이 여기에 함께 참가하였다. 만찬회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진행되었다.”
평양발 12월24일 <조선중앙통신>
평양은 푸틴의‘도발중지’ 무시
서울은 부시의 ‘봉쇄정책’에 갈등
한편 30일 현재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전면적 고립을 골자로 하는 ‘맞춤형 봉쇄’정책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북한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북한 핵개발을 둘러싼 북미간 대립이 한층 숨가쁘게 격화되고 있다.
김대통령은 30일 “공산국가에 대해 냉전시대에도 억압과 고립화가 성공한 일이 없다”면서 “구 소련에서도 성공하지 못했고, 동구에서도 못했고, 중국에서도 못했고 월맹에 대해서는 전쟁까지 해도 못했다”며 ‘대북봉쇄’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이같은 언급은 미국내에서 거론되고 있는 이른바 ‘맞춤형 대북 봉쇄’ 정책에 대한 반대입장을 밝힌 것으로도 해석돼 주목된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도 이날 계룡대를 방문, 3군 참모총장으로부터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한국이 북핵문제를 주도적으로 대화와 외교를 통해 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 미국 정책이 대북지원이나 남북 교류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경우 현 정권의 2개월간 시한뿐만 아니고 그의 신정부 하에서도 계속된 한미간 갈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김남교 / 재영 칼럼니스트 / 디지털사상계 편집위원(nkymm@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