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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혁칼럼>행복한 순간입니다
코리안위클리  2006/10/19, 02:30:52   
벌써 며칠째 이 글을 쓸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습니다. 진도는커녕 주제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는 한심한 꼴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 꼭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나를 붙잡고 놓아두지 않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왜 꼭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할까? 신문사의 요청이 있어서 일까? 아무리 요청을 해도 내가 쓰지 않으면 그만이니 이도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을 위해서라기에는 너무 부족하고, 정직하게 표현한다면 이 글을 씀으로써 내 인생에 보람을 느끼고 그래서 조금이나마 행복해지기 위해서 일 것입니다.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이 글을 쓴다고 했는데, 그럼 스스로에게 ‘행복’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또 할말이 없어집니다. 한 가지만 말한다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든, 그런 일에 상관없이 행복할 수 있는 그런 행복이라면 그건 내가 말하는 행복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나는 가끔 웁니다. 눈물이 나옵니다. 사람들 살아가는 모습, 자신의 나약함, 그런 것들을 보면 가슴이 저리면서 눈물이 납니다.
아, 나는 정말로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그러다가 행복하게 죽고 싶습니다.
나는 오직 행복한 인생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산책도 하고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지금은 늦은 밤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였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시간만 나면 FM방송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고등학교 저학년쯤으로 기억됩니다. 특별히 음악을 좋아했던 것도 아니었고, 가령 좋아하던 여학생이 클래식 음악을 좋아했다든지 하는 어떤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음악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나만의 전축(오디오)을 갖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이었던 것 같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가전제품 가게를 둘러보다가 마음에 드는 전축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조그만 스테레오 카세트 라디오에 의지하던 내게는 더없이 매력적인 물건이었습니다.
그 당시 아무 수입이 없었던 내가 구입하기에는 엄청난 거금이었지만, 아끼던 물건을 팔고, 가지고 있는 모든 돈을 투자해도 아깝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모자라는 돈은 겁도 없이 할부로 하였습니다. 덕분에 그것을 갚는다고 고생을 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하지만 원하는 물건을 손에 넣는 데 그리 긴 고민을 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며칠 동안 나는 나의 오디오가 배달되어 올 날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거의 30년 전의 일인데도 그날의 풍경은 너무나 또렷합니다. 오디오가 도착했다는 소리를 듣고 나는 너무 기쁜 나머지 신발도 제대로 챙겨 신지 못하고 밖으로 달려 나갔습니다.
지금도 오디오는 일상 생활 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나의 분신입니다. 기쁜 일이 있을 때나 기분이 울적할 때나 언제나 나와 함께 해주고 있습니다. 그나마 이 음악을 통해 감정 표현을 게을리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의 답답하고 메마른 외국생활이 풍요로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무의식의 세계에서 주옥 같은 언어가 쉴 새 없이 솟아나올 때 황홀경에 빠진다고 합니다. 언어의 소용돌이 속에서 의식을 감싸고 있던 껍질이 한 겹 한 겹 벗겨지고 지금껏 품어왔던 고정관념이 송두리째 흔들릴 때, 글을 쓰는 사람은 형언할 수 없은 희열을 맛보는 것입니다.
애석하게도 그런 행운은 자주 찾아오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 순간은 길게 지속되는 법이 없습니다.
그러나 글쓰는 사람이 느끼는 황홀감은 음악가의 그것에 비하면 미미한 감정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청중 앞에서 온몸의 영혼과 정열을 담아 연주에 몰두하니 당연히 그 기쁨은 훨씬 더 강렬할 것입니다.
무언가를 창조하고 표현하는 순간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진심으로 음악가에게 부러움을 느낍니다. 자신의 손가락으로부터 완벽한 선율을 엮어나갈 수만 있다면 그 이외의 쾌락은 얼마든지 포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할 정도입니다. 그것은 마치 하늘과 땅이 육체를 통해 하나로 합쳐지는 듯한 느낌이 아닐까.
단지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음악을 감상하는 수준의 내가 진정한 황홀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어쩌면 언어유희에 불과 할지도 모릅니다.
음악가의 연주를 들으면서 일순간, 연주자가 감싸고 있는 황홀감을 나누어 가질 순 없을까 내심 기대합니다. 청중을 휘어 감는 선율에 모은 일상을 벗어던질 수 있다면 좋으련만…, 나도 그 황홀감을 느껴보고 싶다는 천박한 욕심이 나를 사로잡는 것입니다. 나의 욕심은 어쩌면 천상의 소리를 만드는 데 대한 질투일 수도 있습니다.
나에게도 방법은 있습니다. 음악의 힘을 빌어 글을 쓰면 되는 것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레코드판을 틀어놓고 다시 펜을 들어 봅니다.
글이나 시를 쓸 때 기분을 한층 더 돋우어주기 위해 나는 언제나 음악을 듣습니다. 어떤 곡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글이나 시의 내용에도 적잖은 변화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바닷가를 묘사할 때는 파도소리를 배경음악으로 갯벌의 냄새와 차가운 물의 이미지를 문장에 담으려 애를 씁니다. 소리 때문에 상상력이 더욱 풍부해지기 때문입니다.
내 생활에 음악이 얼마나 소중한 도구인지,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행복한 순간입니다.


길을 가다가 바라본다
나뭇잎이 어제는 저기 떨어지고
오늘은 여기 흩어져 앉는다

어느 것은 일찍 지고
어느 것은 늦게 진다
가을 가득한
삶의 소리

며칠 전까지
지상을 푸르게 채우던 생명들
오늘은 누른 빛 붉은 빛으로 변해
대지에 눕고
바람에 뒹굴고
허공에 날린다

그러나, 아아
무엇이 차이랴

여기 떨어지고 저기 앉는 것
먼저 지고 오래 남는 것

그분 피리의 연주가
이 구멍은 먼저 닫히고
저 구멍은 늦게 닫히는
어떤 음은 길게 다른 음은 짧게 작곡된

생명 모두는 우주 큰 연주 속의 한 가락들

(이성선 의 시 ‘하늘악보’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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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혁님은 아름다운교회 담임목사로 있으며, 시인,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인간성으로서의 하나님>, 시집 <작은 꽃 한송이 되고 싶구나>,
<그대가 되고 싶습니다>, <기쁨아 너를 부르면 슬픔이 왜 앞서 오느냐>,
<다시 사랑하고 싶다>와 칼럼집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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