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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혁칼럼> - 그 분이 그립습니다
코리안위클리  2006/11/23, 06:46:24   

저 나뭇잎 하나를
무심코 바라보듯이
나의 인생을
무심코 바라볼 수 있을까?

저 나뭇잎 하나가
성실한 만큼
오늘 나의 인생도
성실할 수 있을까?

저 나뭇잎 하나가
미련 없이 지듯
그날 나의 인생도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을까?

아아, 저 갈색 나뭇잎
나뭇잎 하나
저 나뭇잎 하나
무심으로 나부끼듯이
나의 인생도
무심으로 나부낄 수 있을까?


눈물이 날 정도로 노랗게 물든 나뭇잎과 떨어져 파란 잔디 위를 뒹구는 낙엽들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내 인생이라는 것이 나뭇잎 하나와 다를 바 없건만 그만큼 성실하지 못했고 그만큼 간절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평소에 존경하는 한 분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김홍섭 판사, 그는 50여년이라는 짧지 않은 생애를 구도자로 일관한 흔치 않은 인물이다.”
이십대 젊은 시절에 어느 신문 문화면 기사에서 읽은 신문구절입니다. 지금은 잃어버렸습니다만, 저는 김홍섭 판사의 상자기사를 스크렙 해 놓고 오랫동안 옆에 두고 지내곤 했습니다. 당시 저는 왠지 ‘구도자(求道者)’라는 말에 빠져들었고, 구도자로 일관한 김홍섭은 어떻게 살았을까 궁금해 하곤 했습니다.
서점에 가서 어렵사리 김홍섭 판사의 저서를 찾아보니, <무상을 넘어서>라는 책이 출간되어 있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그 책을 읽으면서 김홍섭이 구도자로 살아온 ‘별 스러운 삶’에 대해서 더 깊은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김홍섭은 판사였으며 독실한 가톨릭 교인이었습니다. 아주 진실한 사람이었고, 대단히 종교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와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가장 많이 회자 되는 것은 사형수와의 대화일 것입니다.
판사였던 김홍섭은 어느 해에 사형을 언도할 수 밖에 없는 죄인을 만납니다. 김 판사는 정말 불가피하게 그 죄인에게 사형을 선고합니다. 그리고 괴로워하면서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며칠 후 김홍섭은 감옥에 갇혀 있는 사형수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이야기합니다. “미안합니다. 내가 당신의 생명을 빼앗을 권리는 없으나, 법률이 정한 원칙에 따르면 불가피하게 사형을 언도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나를 용서하시오. 그러나 당신이 어쩔 수 없이 죽지만, 영혼이 살 수 있는 길이 있소. 신앙을 가지시오.”
김홍섭은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사형수에게 용서를 구하고 신앙에의 귀의를 권면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또 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김홍섭은 자주 시골여행을 다녔습니다. 좋은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고무신을 신고 걸어서 다녔습니다. 허름한 복장에 이상스레 진지한 표정을 지으면서….
지금도 저는 <무상을 넘어서>라는 책에서 지팡이를 잡고 담백하게 무표정한 그의 얼굴을 기억합니다. 그의 담백한 표정은 인생을 진지하고 경건하게 사는 것이 어떤 차원인지 조용하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그의 표정은 한마디로 수도사의 엄숙한 향기가 물씬 풍기는 것이었습니다.
김홍섭 판사가 시골여행을 다닐 무렵은 간첩 출몰사건이 잦았던 시대였기 때문에 시골사람들은 그를 간첩으로 오인해서 신고했습니다. 갑작스레 경찰이 출동해서 그를 연행해 가기도 했고 검문소의 경찰들도 이상한 옷차림을 한 그를 수상한 사람으로 오인해서 김홍섭은 괜한 곤욕을 치르곤 했습니다.
김홍섭의 저서에는 이상한 그림들도 그려져 있었습니다. 이십대 무렵에 그 그림이 의미하는 바를 잘 몰랐으나, 이제사 생각해보니 그 그림들은 김홍섭이 발견하게 된 신앙적인 깨달음을 그린 것이었습니다. 뭐 대단하고 거창한 그림이 아니라, 이런 저런 도형을 그려가면서 하나님께서 주신 신비한 깨달음을 기록한 것이었습니다.
이십대 때부터 오십고개를 바라보는 지금까지 저는 김홍섭을 그리워하며 부끄러워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어찌되었던 간에 저는 30대 중반의 나이를 넘기면서, 인생과 신앙의 보폭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좋은 스승들을 만나고 나름대로의 깨달음을 얻으면서 더 넓은 진리의 세계로 진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성경말씀의 가르침도 새롭게 다가오고, 예수님의 말씀이 정말 무겁고 견고하게 다가왔습니다. 아마 그래서 제가 부끄럽지만 목회자가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제가 걷고 있는 이 길이 가장 귀한 길임을 절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인생이 그렇듯이 쉬운 길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시 김홍섭 판사를 그리워하며 그분이 걸었던 구도자의 길을 더듬어 봅니다. 비록 비틀거리고 더듬거릴지라도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이 가장 행복한 길임을 확인해 봅니다.
영국에 와서 생활한지 햇수로만 꼬박 10년이 넘었습니다. 이 10년 동안 깨달은 것이라고는 삶이란 힘들고 고통스럽다는 것과 편안한 날이 없다는 것입니다. 쉽고 무난한 안주는 경멸한다지만 이렇게 순간순간이 어렵고 가련해서야, 아무튼 이 10년 동안 배운 것이라고는 눈물, 부끄러움, 방황, 목마름의 연속이었습니다. 어두운 밤이 지나면 새 날이 올 것을 은근히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엉거주춤 서 있는 느낌입니다.
줄곧 ‘내가 왜 여기에 있어야 하나’라는 문제를 놓고 고민해 왔습니다. 마음으로는 늘 이래서는 안된다 하면서도 적당하게 하루하루를 시간만 때우며 무사안일 위주로 지내왔습니다. 스스로 너무나 비인간적으로 진실하지 못하게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자신은 그래도 떳떳하고 착실하게 살아온,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살아온 것으로 착각해 온 것이 더욱 부끄러울 뿐입니다.
진실하다는 것은 자신의 안 밖이 똑 같은 것이라고 배워왔고 분명히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저의 자세에는 분명 어딘가 잘못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무섭고 두렵습니다. 사람이 진실을 버릴 때 무엇이 되겠습니까? 아무 것도 아닐 것입니다.
사람은 어차피 태어났음으로 어차피 살아야 할 것입니다. 살아야 하는데 문제는 생존에 있지 않고 어떻게 사느냐에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답답합니다.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어떻게 사는 것이 바로 살고 떳떳하게 사는 것이 되겠습니까?
모든 것을 떨쳐 버리고 다시 한번 일어서고 싶습니다. 가만히 주저앉아서 망연히 하늘만 쳐다 볼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알을 깨고 나가고 싶습니다. 하나님 앞에, 사람 앞에, 무엇보다도 자신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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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혁님은 아름다운교회 담임목사로 있으며, 시인,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인간성으로서의 하나님>, 시집 <작은 꽃 한송이 되고 싶구나>,
<그대가 되고 싶습니다>, <기쁨아 너를 부르면 슬픔이 왜 앞서 오느냐>,
<다시 사랑하고 싶다>와 칼럼집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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