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희의 비디오는 빈부격차와 소비지향주의 등 미국문화와 가치관에 대한 적개심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 1.5세대의 문제점이 행동 저변에 깔려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단순히 1.5세대의 문제로만 들여다 볼 수 없는 한인 이민사회의 총체적 치부의 한 단면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18일 아메리컨 드림은 미국이 경제와 자원의 풍성함에 있다기보다는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대가를 받는다는 뜻이었으나 이제 그것은 환상이 됐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다인종들이 미국내 어느 대학들보다 많이 섞여 있는 버지니아공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미국의 꿈이 깨져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미국내 한인사회에서는 “공항에 누가 첫 마중 나오느냐에 이민생활이 결정된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다. 이는 막연히 아메리컨 드림이라는 환상만 간직한 채 미국땅을 밟는 경우가 적지않음을 지적한 말이다. 한국인 부모들은 미국땅을 밟은 뒤에도 대체로 주류사회에 편입하려는 노력보다는 한인사회에 머물러 있으려는 성향이 강하다.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영어를 배우는 사람의 비율이 100명 중 5명꼴밖에 안된다는 통계도 있다. 국민소득이 한국에 한참 뒤지는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출신 이민자들이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영어부터 배우는 것과 대조된다. 한국 부모들의 영어구사능력 부족은 자원봉사,사친회 및 각종 발표회 등이 빈번한 미국학교 행사 참여를 꺼리게 되고 자연스레 자녀와의 거리가 벌어지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더욱이 조승희의 부모처럼 경제사정이 넉넉지 못한 경우는 부부 모두 밤늦게까지 일을 하고 들어오기 때문에 아이들과 대화시간이 거의 없을 경우가 많다. 시간이 지날수록 영어사용이 늘어나는 자녀와 그렇지 않은 부모들과의 갈등은 사춘기 시절에 절정에 달하는 경우가 많고, 소수인 한인 아이들은 학교에서 인종의 벽에 갇혀 외톨이가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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