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전국을 강타했던 사상 초유의 인터넷 마비 사태는 우리 사회의 생존전략과 생활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문제제기의 기회를 던져줬다. ‘인터넷 강국’의 자존심을 들먹이기에 앞서 정보화 시대를 맞아 급격하게 가속화하고 있는 기술혁신과 변화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적응능력과 수용태세를 원점에서부터 재점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국적 불명의‘웜 바이러스’가 촉발한 이번 사태는 특정 PC나 웹사이트를 겨냥했던 과거의 사이버 테러와는 달리 국가 전체 네트워크를 공격한 것이 특징이다. 불특정 다수에 대한 무차별적이고 광범위한 공격인데다 가공할 파괴력까지 갖췄다. 이것이 세계 최고의 초고속 인터넷망을 자랑하는 우리 사회가 새롭게 직면하게 된 현실이다.
만일 이번 사태가 평일에 발생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스럽다. 경제·사회·문화생활의 대혼란을 넘어 국가 전반의 기능이 마비되고 안보까지 위협받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었다는 사실 앞에서 과연 태연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문제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안전불감증’에 있다. 이번 사태의 수습을 위해 책임 소재를 가리고 보상문제를 처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아직도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보화 사회의 가장 중요한 인프라가 적절한 보호·관리 없이 마냥 방치돼 있는 것이다. 불법복제가 만연하고 기업들이 보안투자에 인색한 사회적 풍토 역시 마찬가지다.
인터넷 대란은 이제 진정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국가는 물론 기업과 개인 모두가 정보화 시대에 걸맞은 사고와 의식으로 거듭나지 않는 한 이번 사태는 다가올 거대한 재앙의 예고편일 뿐이다.
조선일보 1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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