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최전선에서 주둔한 사실이 한 언론보도로 밝혀진 뒤 자신과 동료들의 안전이 우려돼 1일 조기 귀국한 영국 해리 왕자를 놓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다한 영웅으로 띄우는 분위기가 일색이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해리 왕자의 아프간 파견을 둘러싼 언론보도가 일종의 ‘선전전’에 불과하며 다수의 보도가 그의 영웅담에만 치중하면서 아프간 전략의 실패가 가려지고 있다는 지적들이 그것이다.
영국군 근위기병대 산하 연대의 육군소위 해리 왕자는 10주간 항공통제관으로 활동했으며 탈레반과 500m 거리에서 대치 중인 헬만드 주 남부전선에 배치됐다.
그는 공중정찰과 폭격기 공중강습 등의 지휘통제에 관여했지만 이러한 사실은 영국 언론과 국방부 사이의 합의로 미국 뉴스 웹사이트 드러지리포트가 폭로하기 전까지는 보도가 유예돼 왔다.
해리 왕자가 귀국하자 영국을 비롯한 세계 언론은 “빨리 전장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아쉬움을 토로한 발언을 전하며 비밀리에 최전선에서 활약한 그를 영웅으로 치켜세우고 있다.
영국 왕실 역시 이러한 보도가 아프간 영국군의 역할을 국민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보도유예 합의가 언론기관과 독자들 사이의 신뢰를 침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명한 정치평론가인 막스 클리포드는 1일 일간 가디언에 해리 왕자의 전선 배치가 “전적으로, 겉으로 드러내기 위한, 홍보 활동”이 목적으로 이른바 ‘파티 귀신’이었던 그의 이미지를 ‘일신’(rebrand)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인디펜던트와 옵서버도 2일 보도를 통해 아프간에서 영국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것에 관한 분석이 부재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라크 및 아프간 전쟁을 치른 영국군 예비역 레오 도처티는 해리가 관여한 임무가 아프간 현지인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젊은 영국인과 아프간 주민이 헬만드 주에서 의미 없는 죽음을 맞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현재의 보도가 전쟁을 오락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아프간 상황에 대한 “유일한 반응은 오락이 아니라 분노”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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