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1994년 로또가 등장한 이래 어림잡아 매년 약 330명씩의 백만장자(영국 파운드화 기준. 한국돈으로는 최소 수십억원)가 탄생하고 있고 따라서 현재까지 약 3천명의 로또거부가 등장 한 셈이다.
영국의 로또는 49개의 숫자 중 6개가 맞아야 하는 것 외에는 한국의 그것과 별로 다른 점이 없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사업의 주체를 민간회사에 공개입찰로 맡겨 운영하고 세금공제와 감독관청의 원가계산에 의한 유지비용과 이윤을 주관회사에 허용하는 이외 일체의 수익금은 별도로 정해지는 공공용도(The Good Causes-예를 들면 장애인 시설, 공공스포츠 시설, 2012년 런던올림픽 유치시 시설비 등)에 반드시 출연하도록 되어있다. 최근에는 이 관리의 엄격함과 평소 영국의 냉정한 국민성에 의한 투기 절제가 결부되어 사업 자체의 부진으로 수익성이 문제돼 현재 전 사업을 국유로 떠넘길 논의가 한창이다.
당첨자 대부분 이혼
한편 로또에 당첨되어 거부의 반열에 오른 사람들의 당첨 후 행복도에 대한 비공식 언론보도 등에 의하면 당첨금의 소유권 분쟁과 부부간의 갈등 그리고 과거에 거금을 관리해보지 못한 이들이 부자가 된 후 찾아오는 자금관리 갈등 등으로 오히려 수많은 사회문제가 등장하고 있다.
간통죄가 없는 영국에서 당첨 후 소유권 분쟁에서 지분이 인정된 부부 일방의 고삐 풀린 처신이 살인으로 연결된 실례가 있는가 하면 비공식 추산으로는 대부분의 결혼이 파경 된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신디케이트(Syndicate )라 불리는 공동 구매의 경우 직장 등의 남들끼리는 증거가 분명하여 별로 소유권 분쟁이 없는 반면, 부부끼리는 당첨 후 법률적 의미에서 ‘누구의 금전’으로 구매하여 당첨되었느냐 분쟁에서 대부분 재판과 이혼을 동반하고 따라서 인간관계의 파탄과 거금소유의 심리적 부담에서 오는 ‘인생의 파멸’을 겪게 된다.
최근의 보도로는 당첨자 대부분은 우선 직장을 그만두고 장기 주택할부금(mortgage) 등 빚을 갚고 자동차와 새 주택을 사고 나머지 큰 금액을 주식 등의 투자로 평생 불로소득의 호화생활을 꾀하려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주식가격이 반쪽이 되고 또 소유권분쟁의 재판비용에 상당액 들어, 결과적으로는 가족과의 갈등으로 대박의 꿈은 허황하게 끝나버리고 이는 음주와 불규칙적이고 난잡한 생활로 이어져 많은 당첨자들이 패가망신에 이르고 있다 한다.
기피자들 ‘당첨확률 너무 낮다’
영국의 로또는 여러 가지 변형이 있지만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의 2회와 크리스마스 연말 연시 등 특별한 추첨이 있으며 1장에 1회 1파운드이고 해당추첨에서 당첨이 없으면 ‘롤 오버’(roll over·이월)라고 해서 엄청난 당첨금이 그 다음 회로 당첨시까지 자동 순연된다.
최근 여론조사의 결과는 로또에 참가한 사람들의 25% 이상이 로또는 금전만큼 응모할 가치가 없다고 대답했다. 로또에 전혀 참가하지 않는 계층의 66%는 너무 작은 당첨가능성을 참가하지 않는 이유로 들었다.
감독관청(Lottery Commission)의 의뢰로 전국의 성인 2천23명을 무작위 추출하여 시행한 이 여론조사는 1/3이 1994년 로또 첫 시작이래 한 번도 구매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이 불참자중 65%는 너무 낮은 당첨률을, 그리고 39%는 도박의 결과 사행심에 의한 오염 우려를 불참의 이유로 했다.
그러나 정기적 참가자의 73%는 그만한 금전적 가치가 있다고 긍정했다. 16∼24세의 젊은 계층은 17%만이 정기적으로 구매하는 반면 35세의 50%는 정기적으로 참가함이 밝혀졌다.
감독관청의 브리이언 퍼머로이(Brian Pomeroy) 위원장은 이 여론조사의 결과를 실태파악에 의한 긍정적 요소로 평가했다. 그리고 구매가격은 참가율에 영향이 있겠지만 가격이 인상된다고 사업 자체의 장래에 크게 지장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이는 현재 적자 우려가 있는 사업자체에 가격인상을 고려한 듯한 논평으로 보인다.
국고수익에 눈먼 정부 반성 필요
한편 한국의 경우에도 영국과 크게 다르지 않음이 조사결과 밝혀졌다.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을 대상으로 지난 5일 실시한 전화조사 결과, 로또복권을 구입한 적이 있다는 응답이 27%였다. 만약 로또복권에 당첨될 경우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로는 구입자의 3명 중 1명 이상(35%)이 ‘집을 사거나 늘린다’고 답했다. 그 다음은 ‘빚이나 이자를 갚는다’(12%), ‘노후 대책을 위해 저축한다’(11%), ‘불우이웃을 위해 자선단체·종교단체 등에 기부한다’(11%), ‘자녀 교육비 등 생활비로 쓴다’(10%) 등의 순이었다.
다만, 매주 각자의 형편에 따라 푼돈 정도의 범위에서 몇 장 정도까지 재미로 해 보는 경우는 정신위생상 나쁠 것은 없겠지만 너무 큰 관심으로 재산에 축이 나는 로또열풍은 크게 염려할 일이요 그야말로 사행심의 노예화로 남은 인생이 황폐화될 것 같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결국, 인생의 행복은 제한된 총 행복량에서 로또대박 같은 사태가 발생하면 다른 부분의 행복까지 포함한 재고가 바닥나서 남은 것은 불행뿐이라는 행복총량설을 신봉하지 않더라도 각자 행복에 대한 철학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작금이라 하겠다. 그리고 영국의 국민적 자제와 달리 지나친 한국의 로또열풍은 이미 세계 유수 언론에 부정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정부는 한때 담배흡연이 국고수입의 효자로 여겨지면서 국민의 폐가 암으로 망가지는 것을 외면했던 것처럼 행여 엄청나고 손쉬운 로또 국고수익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사행심으로 국민 모두를 두고두고 황폐화시키지 않을지 신중한 반성이 필요하다 하겠다.
김남교 / 재영 칼럼니스트 / 디지털사상계 편집위원(nkymm@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