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 저항운동이 예측불허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지도부 없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는 저항의 끝을 가늠키 어렵게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민심의 소리를 끝내 외면하면 심각한 사태가 올 수도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는 이유다.
시민들의 반정부 시위는 오는 10일 6·10항쟁 21주년을 전후로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이하 국민대책회의)는 3·5·7일 잇따라 대규모 집회를 연 뒤 10일 ‘100만 촛불 대행진’에서 시위의 수위를 최대치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민주노총의 미 쇠고기 출하 실력 저지(3일)와 이명박 대통령 취임 100일(3일)은 분위기를 달구는 촉매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게다가 지난달 31일 시위에서 보듯 정부의 강경진압은 시민들의 반발을 키우는 요인이다.
부산지역 대학생(4일)과 서울대생(5일)의 동맹휴업 등 대학생들의 본격적인 참여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회(한총련)와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소속 전국 60개 대학 학생들은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한국학생대회’를 열고 단체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6일로 예정된 화물연대의 파업 찬반투표는 쇠고기 반대와 임단투가 맞물린 첫 케이스라는 점에서 결과가 주목된다.
민주노총은 이번 쇠고기 반대 시위를 공공부문 사유화 저지 흐름으로 연결시킨다는 목표로 결합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책협의’ 때문에 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는 한국노총도 공공부문 구조조정 양상에 따라선 태도를 바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와 시민·노동계·학생간 대치 양상은 날로 격해지고 있지만 정치권은 조정 능력을 상실한 상태다. 게다가 장관 고시를 강행한 정부가 특단의 양보책을 내놓기도 쉽지 않다.
특히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라는 새로운 시위 양상은 저항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점치기 어렵게 하고 있다. 박원석 ‘국민대책회의’ 상황실장은 “특정 지도부가 시위를 주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위가 어떻게 전개될지 가늠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진경 서울산업대 교수는 “이번 시위는 ‘모든 사람이 지도부’가 되는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대중의 자발적 흐름은 기존의 관성대로 밀고 나갈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특단의 양보책을 내놓지 않으면 심각한 사태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시위대를 해산시킬 수 있는 방법은 특단의 양보책을 내놓거나 시민들이 공권력에 대한 공포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며 “장관 고시를 강행한 정부가 국민들이 요구하는 수준의 양보책을 내놓기도 힘들고, 국민들은 ‘나 잡아가라’고 하는 데서 보이듯 공권력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난 상태”라고 덧붙였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정부가 외교적 결례를 무릅쓰고라도 미국과 재협상하지 않으면 국민들의 저항은 계속될 것”이라며 “7월로 예정된 부시 대통령의 방한이 반미정서를 확산시키는 뇌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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