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넘게 계속되는 촛불집회가 새 이슈를 동력으로 불법 시위를 일상화하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치던 시위대는 최근 일본의 독도 영유권 교과서 명기 규탄, 서울시교육감 선거 등 새 이슈가 등장할 때마다 이를 활용해 집회의 주제로 삼고 있다.
폭우가 쏟아진 19일 오후∼20일 새벽에도 1600여 명(경찰 추산)의 시위대는 종로, 을지로, 서대문 등 서울 도심 곳곳에서 도로를 점거한 채 불법 시위를 벌였다.
1박 2일 집회를 벌이던 주말 ‘집중 집회’에도 일반 시민들의 참여는 눈에 띄게 줄었고 ‘전문 시위꾼’들이 모여 시위를 주도했다. 구호도 “이명박은 물러나라”, “타도 이명박, 해체 한나라” 등 쇠고기와 관련된 구호는 없고 정권 퇴진 구호가 대부분이었다.
이날 집회에도 ‘안티 이명박’, ‘전대협’, ‘진보신당’ 등 깃발을 앞세운 전문 시위꾼들이 시위대를 이끌었다. 이들은 시위대가 박수를 치고 구호를 외치도록 일사불란하게 지휘했고 지휘자가 나와 “손 흔들면 해산했다가 다시 모이고 ‘뛰어’ 하면 달려라”라며 시위를 조직적으로 유도해 나갔다.
시위는 경찰과 큰 충돌 없이 20일 아침까지 계속됐다. 경찰은 시위대 17명을 연행해 고교생 1명을 훈방 조치하고 나머지 16명을 조사하고 있다.
■ 새 이슈 등장할 때마다 활용= 19일 오후 7시경 서울 청계광장 앞에서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주경복 후보가 촛불집회 참가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해 눈길을 끌었다. 경찰 관계자는 “진보정당 소속 대학생들이 촛불집회 주변에서 퍼포먼스를 벌이는 등 적극적으로 주 후보의 선거운동을 벌였다”며 “주최 측이 촛불집회를 상시화하면서 독도 문제, 교육감 선거 등 다른 이슈들과 결합해 동력을 얻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촛불집회를 주최하는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국민대책회의는 26일부터 교육감 선거 투표일인 30일까지 ‘7·30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이명박 정권 심판의 날로!’라는 주제로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이어 다음 달 1일부터 10일까지는 ‘촛불의 외침을 자주독립의 함성으로’라는 주제로 촛불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다음 달 5, 6일로 예정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반미 반정부 투쟁의 계기로 삼으려는 의도도 내비치고 있다.
■ “현행법 위반 시위 방치해선 안돼”= 불법 시위의 일상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찰대 표창원(행정학) 교수는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집회가 현행법을 위반하고 있는데도 방치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경찰은 시위대를 검거할 때 일반 시민과 상습적인 전문 시위꾼을 구별해 검거하고 민형사상 책임도 엄격하게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대 이수정(범죄심리학) 교수도 “국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도 불법 집회를 통해 표출하는 것은 사회적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라며 “초기와 달리 지금은 사회 불만을 표출하려는 사람들이 폭력을 행사하면서 주로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