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 총리가 전쟁에 찬성하는 이유는 석유 때문인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석유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그가 왜 전쟁을 지지하는지 영국 사람들도 이해하지 못한다”
앤드류 <파이낸셜 타임즈(FT)> 서울지국장은 블레어 총리가 왜 전쟁을 지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한가지 꼬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여러가지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을 것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공격이 한 고비를 넘겼다. 한스 블릭스 유엔 무기 사찰단장이 지난 1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2차 보고에서 “이라크에서 소량의 빈 화학 탄두를 제외하고는 어떤 대량 살상무기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한 이후다.
일단 전쟁은 2월말 이후로 미뤄졌다.
3월에 들어서면 사막의 무더운 기후 때문에 개전하기도 쉽지 않다. 독일, 프랑스가 주축이 된 유럽과 전 세계에서 반전시위가 끊이지 않는 것도 부시 행정부 전쟁의지를 한풀 꺾는데 기여했다.
자국 총리가 ‘부시의 애완견’이라는 모욕을 들으면서도 전쟁을 지지하는 영국에 서도 반전시위는 사상 최대규모 인원이 동원됐다.
“No War” “Not In” “My Name”
지난 15일 영국 런던 반전시위에는 런던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200만명의 시민이 참가했다.
이들은 갖가지 구호를 외치며 미국의 이라크 공격과 블레어 총리가 이 전쟁을 지지하는 것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집회 이후 블레어 총리의 기세도 수그러들었다. 블레어 총리는 지난달 15일 집회 후 유엔의 이라크 무기사찰 기한을 연장하는데 동의했다.
올 봄에 당장 웨일스와 스코틀랜드 지방선거를 치러야 하는 처지에서 반전 여론이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블레어 총리는 “인기 없는 정책을 명예로운 상징으로 가슴에 달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한발짝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블레어 총리는 또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라크와의 전쟁을 서두르지 않는다”고 분명히 말했다. 또한 “우리는 12년을 기다렸으며 유엔을 통해 문제해결에 나섰다. 우리가 후세인에게 마지막 기회를 준 것은 3개월밖에 안됐다”고 종전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그렇다고 그가 전쟁 지지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블레어 총리는 왜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지지하는 것일까. 그동안은 ‘석유 이론’이 설득력을 얻었다. 블레어 총리가 미국으로부터 종전 후 영국계 석유회사(BP·로열 더치셸)들의 이라크 석유 시추권을 보장받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재로써는 석유만 갖고 블레어 총리를 이해하기에는 충분하지 못하다.
<이코노미스트>는 2월15일자에서 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분석 칼럼을 실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어린애가 불타는 다리에 서 있다(The boy stood on the burning bridge)”는 칼럼에서 블레어 총리는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는 성격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레어 총리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을 하는 동안 만족을 얻는다”는 것이다. 블레어 총리가 “자신이 ‘악의 축’에 맞서 정의의 전쟁을 하고 있다고 확신한다”는 얘기다.
이 칼럼은 또 다른 이유로 “블레어 총리는 자신이 미국과 유럽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블레어 총리는 미국과 유럽 사이가 벌어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과거 냉전 시대에는 냉전이 유럽과 미국을 하나로 묶어줬다면 지금은 그 끈이 사라져 영국이 두 대륙을 잇는 ‘다리’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는 것. 블레어 총리는 또 영국이 미국과 유럽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감당할때만 국제 사회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블레어 총리의 이런 신념이 영국 여론과 세계 사회에 먹혀들지 않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으로 가장 곤경에 처한 사람은 후세인이 아닌 블레어 총리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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