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5월1일, 일본 나리타공항 입국장에서 일본당국에 의해 검거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당시 만29세, 열흘 뒤인 5월10일 만30세가 됐음). 김정남은 당시 ‘팡슝(Pang Xiong)’(D.O.B. 1971.5.10)이라는 이름으로 중남미 도미니카 공화국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고 부인과 아들 그리고 보모를 대동하고 있었다. 김정남이 소지한 여권의 명의인 ‘팡슝’은 이미 지난해 두차례에 걸쳐 일본을 드나든 기록이 있다. 또한 그가 일본항공편으로 싱가폴을 떠나 일본으로 왔다는 점, 그리고 일본과 싱가폴 두나라 모두 법적 규제와 관리들의 직무자세가 철저한 나라임에 비추어 볼 때 김정남 일행이 사용한 도미니카공화국의 여권은 위조된 것이 아니고 여권 자체는 ‘정품’일 가능성이 높다.
◀ 지난 2001년 5월1일, 일본 나리타공항 입국장에서 일본당국에 의해 검거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선진 각국의 여권은 이미 디지털화 되어 있어 눈으로 볼 수 있는 정식 기재사항과는 별도로 기호로 내장된 정확한 또 하나의 기재사항을 담고 있다. 즉 전세계 여권이 국제 민간항공기구(ICAO)에 의해 정해진 국제규격에 맞도록 기재 제작되고 발급되기 때문에 설사 여권 표면의 기재사항을 변조하더라도 여권판독기에 의해 오리지널 정보를 읽어낼 수 있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다. 바로 우리가 소지한 여권의 인적사항 페이지의 화살표 비슷한 숫자와 표시 부분이 국제규격화 된 기재사항이다. 따라서 각국의 공항입국시 판독기는 즉시 여권의 위조는 물론 변조여부도 밝혀내고 있다.
이러한 전제하에서 각국 문물의 국제시장이라 할 수 있는 런던의 위치를 활용, 도미니카 공화국의 디지탈화된 정상여권을 뒷골목 시장에서 제 2여권으로써 합법적으로 발급받는 길을 찾아보았다.
런던에서도 도미니카 정상여권
발급받는 방법 있다
다음은 발급 신청 대행사(?)의 안내요령이다.
1. 발급소요시일 : 1개월
2. 도미니카 여권의 장단점
-장점 :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 관광여행시 비자가 필요치 않으며 복잡한 서류없이 매우 신속한 발급이 가능한 점.
-단점 : 통상적으로는 도미니카 공화국에 직접 가서 법무성의 인터뷰를 거치는 것이 필수임.(왕복 체류 등 수일간 소요) 다만 추가 요금 $3500을 정부에 납부하면 정부, 대사관 또는 영사관 등 일절 면접없이 발급가능함.
3. 필수사항 : 다음 두 가지 옵션이 있음 ① 정부에 $55,000 기부 ② $85,000로 15년 짜리 국채매입 보유. 단, 이 조건은 수시로 변경되므로 본 대리점에 확인 요함.
4. 등록비용 위 ①의 경우 : 가족 1인당 $600 등록비 위 ②의 경우 : 성인 1인당 $18,000 등록비, 자녀는 1인당 $12,000
5. 대리점 의견 : 이런 방법은 믿을만한 가장 신속 정확한 프로그램임을 자부함.
6. 기타 : 발급대리점 신청수수료 $2,000을 최소 신청비용으로 한다.(기타 복잡한 비용의 종류가 있음) 위에서 말한 ①의 경우처럼 기부금을 내는 옵션을 선택하면 전체적으로 1인당 약 $70,000 이상이 소요되고 이를 우리돈으로 환산하면 약 9천만원에 달한다. ②의 국채매입 방식은 도미니카의 경제사정이 좋지 못한 관계로 15년 뒤에는 휴지조각이 될 공산이 커 널리 사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7. 최근에는 테러리스트 색출을 위한 관계국 정보기관의 활동으로 가외비용과 시일 및 보다 은밀해진 거래형편이라 한다.
보다 확실한 정보를 얻기 위해 전화로 대리점과 수 차례 연락했으나 실수요자에게만 응대하려는듯 상담원은 주소도 정확히 확실히 밝히지 않았고 취급내역도 탐색전 정도에 그쳐 더 이상의 정보를 얻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실수요자에게는 가능한 한 모든 응대를 하고 있음을 대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제 나라의 떳떳한 여권을 두고 이처럼 거액이 소요되는 또 하나의 여권이 필요한 사람은 분명 특수(?) 목적이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 북한의 세습 황태자(?)에 준하는 자가 백성들의 굶주림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자본주의 사회의 화려함을 ‘그림자 여행’을 통해 즐기는 데 그동안 얼마나 많은 정력과 비용을 들여왔는지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김정남과 관련된 일련의 궁금증을 해소하기엔 충분할 것 같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이처럼 마구 뿌리는 검은비용의 원천은 김대중/정몽헌조에 의한 바로 그 당시 대북송금에 의한 것이 확실한 것 같아 씁스레하기만 하다.
김남교 / 재영 칼럼니스트 / 디지털사상계 편집위원(nkymm@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