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명화시장에 나도는 피카소 샤갈 미로 등 유명화가의 한정판(Limited edition) 명화의 절반가량이 가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짜들은 진짜를 촬영하여 사진제판법으로 석판 위에 전사되어 수천매씩 양산된다고 한다.
최근 <더 타임스> 보도에 의하면 이 가짜는 최신 컴퓨터기법으로 전문가조차 사실상 판별이 어려운 정교한 수준으로 주로 폴란드 러시아 체코공화국 그리고 슬로바키아에서 제조되어 런던, 베를린 등의 전문시장을 교란하고 있다고 한다.
이 가짜들은 한 장에 수천파운드(한화 수백만원 상당)에 팔리고 있으나 실제 가치는 매당 5파운드(만원)에 불과하다.
현재 시장의 가장 많은 위조품 대상은 델리의 <크리스토퍼 콜롬부스에 의한 아메리카의 발견> 및 피카소의 <칸느의 아트리에> 그리고 미로의 <오다아 조안> 등이다.
▲ 피카소의 ‘게르니카’(위)와 2월초 런던 크리스티에서 440만파운드(한화 약 84억원)에 경매된 1932년작 ‘안락의자속의 여인’.
유명학자 딜러·귀족도 연루
경찰당국은 1993년에 뉴욕에서 구속된 힐더 아미엘 할머니가 8만3천매의 위조화를 소지하고 있었고 최근에는 독일에서 미로와 샤갈 그리고 피카소의 가짜화 500매가 압수됐다고 발표했다.
이 방면의 유명 수사관인 독일의 언스트 쉘라는 “런던 뉴욕 베를린 도쿄 로마 파리 등 세계유명도시마다 수백개의 명화딜러가 있는데 딜러마다 같은 명화를 2∼3개씩 갖고 있다”며 “ 산술적으로 도저히 이 작품 등의 진위여부를 믿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가짜의 우려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작품 구매시 유명 딜러의 서면보증을 믿는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인터넷 구매가 중간거래마진을 절약하리라는 거래자들의 약은 꾀를 노리고 가짜 피해의 블랙홀로 등장했다.
샤론 프레셔 런던 국제예술재단 사무총장은 “가짜 취급자는 유명학자 딜러와 귀족 등 명예로운 사람들도 연루되고 있고 양심적인 딜러는 극소수”라고 경고했다.
한정판 명화라 함은 작가가 아연판 위에 오리지날 작품을 올린 후에 작가의 감독하에서 보통 최대 300매까지 프린트마다 번호를 부여하며 만들어지는 것을 말하며 이 모두가 ‘오리지날(original)’로 취급되고 불리운다. 반면 작가의 감독과 허락없이 ‘오리지날’을 무단 촬영기법으로 양산하는 가짜에 대해서는 위조범들이 ‘오리지날 예술작품(original work of art)’이라는 혼동하기 좋은 표현을 사용한다.
‘가짜의 가짜’까지 급증
소더비(Sotheby) 같은 유명화상들은 이미 1930년작 이후의 델리작품이나 특별한 근거 없는 1960년작 이후의 미로작품은 대량유통으로 진위를 감별할 자신이 없어 취급을 중단했다.
통째 가짜 제조번호 위조, 서명위조 등 가짜수법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어 수집가들의 혼란은 물론 시장질서 교란은 컴퓨터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그 끝을 모르게 한다.
한편 노르웨이의 가짜명화 전문지 <가짜>에 의하면 복수의 한정판이 아닌 유일한 명작의 진품시장도 최근 르노와르, 브라밍크, 모딜리아니, 드가 등의 ‘가짜 명화’가 시장에 판을 치고 있다고 역시 <더 타임스>가 전면을 할애하여 별도로 보도한 바 있다.
또한 가짜 작품이 너무 정교하고 전문화되어 있고 최신과학의 도움까지 받고 있어 심지어는 작품별 전문가까지도 속아 넘어가고 있다고 한다.
1976년 사망한 명화 가짜 제작의 명장 ‘드 호리’의 가짜 작품에는 ‘가짜의 가짜’까지 부쩍 늘었다고 <가짜>잡지가 경고했다.
최근의 가짜 판매 수법은 일단 가짜를 다른 진짜 작품들과 같이 섞어 수록한 초호화판 명화집을 발간하여 일정 기간 공개시장을 통해 독립적으로 유통 시킨후 나중에 원매고객이 스스로 그 가짜작품이 게재된 ‘명화집’을 구해서 보고 자진하여 걸려들게 하는 고도의 전문화된 유형이라 한다.
아직까지는 활성화가 덜된 상태지만 우리 나라에서도 가짜 명화에 신경을 써야 할 듯 하다.
김남교 / 재영 칼럼니스트 / 디지털사상계 편집위원(nkymm@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