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대기업 체인점까지 가세 설상가상서울 성북동 해장국집 주인 정모(56·여) 씨는 한창 손님들이 북적여야 할 점심때, 혼자서 ‘1인 3역’을 맡는다. 사람을 못 구해서가 아니다. 손님이 없어 일할 사람을 구할 필요가 없기 때문. “낮 시간에는 아줌마 둘하고 저까지 셋이서 일했어요. 지금은 아줌마 한 명만 저녁시간에 나와요”라고 했다. 서울 봉천동 B정육점 주인은 “아침에 급하게 고깃국을 먹을 사람이 혹시 있을까 봐 일찍 문을 연다”며, “불황 때 터득한 생존 전략”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동네 가게가 무너졌다. 대기업 체인점이 속속 동네에 들어서면서 설 자리를 잃은 지 오래다. 이런 가운데 최근의 불황은 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미용실 주인 김모(41·여·서울 광진구) 씨는 “동네 미용실 파마 값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다. 그래도 올릴 엄두조차 못 낸다”고 한숨만 내쉬었다. “집값 상승으로 오를대로 오른 월세는 내려갈 줄 모른다. 동네 사람 상대로 하는 장사인데, 1000원이라도 올릴라치면 인심을 잃는다. 그렇다고 싼 재료 갖다 쓰면 손님들이 귀신같이 안다”고 했다. 마포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모(54) 사장은 “국민연금은 안 내고 있다”고 말했다. “돈이 없을 뿐 아니라 (국민연금을) 못 믿겠다”고 했다. 당장 입에 풀칠하기 바쁜 가운데 미래가 보일 리 없다.
‘주방일에 홀서빙 그리고 계산까지…’
‘대기업에 뺏기고 수입산에 밀리고’대기업의 동네 장악은 소상공인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봇물처럼 밀려드는 수입제품은 가격경쟁력까지 잃게 한다. 경기 일산 K빵집 사장은 “대기업 계열 빵집이 동네 사람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우리도 고급 재료를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손님이 줄어들면서 살림이 빠듯해졌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들썩이는 공공요금은 이들을 더욱 괴롭히는 요인. 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안 그래도 없는 손님 아예 발길을 끊을까 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유류세 10% 인하 조치가 연말에 종료되면서 휘발유와 경유, 가스 값 등의 인상이 예고돼 있다. 식자재 가격도 요동친다. 불황으로 가격 인하를 고민했던 영세 상인들의 고민이 더해진 것이다.
서울 동대문구 식당 주인 김모(64·여) 씨는 “봄에 밥값을 4000원에서 5000원으로 올리면서부터 손님들 발길이 뜸해지는 바람에 최근 들어 값을 내릴까도 생각했었다”며, “다른 것들은 다 오른다는데 괜히 또 내렸다가 손해만 보는 것 아닌가 해서 다시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자장면집 사장 신모(49·여) 씨는 “먹고살기 어렵다고 사람들이 도시락 싸들고 다니는 형편인데 공공요금 오른다 해서 같이 자장면 값 올리면 사람들이 찾아오겠어요?”라고 반문했다. 상인들은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