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졸업하는 I대학 4학년 김재승(27)씨의 책상 서랍엔 5000원짜리 지폐 20여 장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그는 매일 새벽 집을 나설 때마다 한 장씩 꺼내 지갑에 넣는다. 요즘의 속칭 ‘5000원족’이다. 학교를 오가는 왕복 버스비 2000원, 구내식당 점심값 2500원, 자판기 커피값 500원에 하루가 저문다. 지난달엔 친한 친구가 부친상을 당했지만 부조금을 낼 엄두가 안 나 “지방에 있다”고 둘러댔다. 술 한잔 하자는 후배를 피해 요즘엔 도서관 뒷길로만 다닌다. 김씨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학자금 대출’이다. 지난해 1학기에 300만원, 2학기에 380만원을 빌렸다. 정부·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하고 시중은행에서 취급하는 대출이었다. 2학기 대출금은 이자만 내지만, 1학기 대출은 곧바로 원리금 균등상환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매달 15만원이 넘는 돈을 감당한다. 매달 용돈 30만원을 받지만 15만8000원을 갚고 나면 남는 돈은 14만2000원이다. 이를 쪼개면 하루 5000원 꼴이다. 취업 준비에 쫓겨 아르바이트는 꿈도 못 꾼다. 원서 넣는 곳마다 떨어져 용돈을 더 달라고 말할 면목도 없다.
이자 6개월 넘게 못 낸 신용유의자 1년 새 급증 5000원으로 하루 버텨… “월급 주면 어디라도”
금융위기로 취업이 더욱 어려워진 와중에 학자금 대출까지 겹쳐 시름하는 ‘샌드위치 대학생’이 늘고 있다. 2월에 서울의 한 대학을 졸업하는 윤모(25·여)씨는 학자금 대출 상환을 5개월째 못 하고 있다. 1500만원을 빌렸는데 5만원 이자를 못 내는 형편이다. 은행에 다니다 지난해 은퇴한 아버지는 식당을 하다 실패해 어머니가 허드렛일로 150만원 남짓한 돈을 번다. 윤씨는 “사회에 진출도 하기 전에 ‘연체자가 됐다’는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콱 막혔다”고 말했다. 윤씨 같은 연체자가 최근 크게 늘었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8년 ‘신용유의자’는 총 4955명이었다. 지난해 3726명보다 크게 늘었다. 신용유의자 딱지는 학자금 대출 이자를 6개월 넘게 연체할 때 붙는다. 기존의’신용불량자’를 순화한 용어다. 학자금 대출은 취업 준비생들을 ‘밤샘 아르바이트’로 몰아넣기도 한다. 서울 K대 4학년 박모(28)씨는 3개월째 편의점에서 일한다. 충남 보령에서 농사 짓는 부모님이 어렵게 모아 매달 30만원을 보내지만, 월세로 25만원을 낸다. 그도 학자금 900만원을 빌렸다. 이자는 5만원 정도지만 월세 빼면 남는 생활비가 없다. 우찬제 서강대 학생처장은 “어려워진 가계살림 때문에 학자금 대출로 고민하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며 “이자 부담도 정부 차원에서 현실적으로 도움되게 탄력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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