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경기침체 등 사회불안 계속
사회공포증 환자 3년새 53%↑ 전남 순천에 사는 유모 씨(28)의 하루 일과는 오후 4시에 시작된다. 점심 겸 저녁을 챙겨 먹고 TV를 보거나 인터넷 서핑, 게임 등으로 종일 시간을 보내고 새벽에 잠이 든다. 최근 두 달간 유씨는 밖에 나간 적이 거의 없다. 70kg였던 몸무게도 90kg으로 늘었다.
유씨가 이런 생활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초. 대학을 중퇴한 후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다. 유씨는 “사람들 속에 들어가면 내가 너무 못생겼고 그 누구도 만족시켜 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집에만 있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2주간 병원에 입원해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
실직, 고용불안, 경기침체 등 사회불안이 계속되면서 극단적인 심리적 위축과 함께 사회활동에 대한 공포감을 호소하는 사회공포증(social phobias) 환자가 늘고 있다. 사회공포증이란 사회적 좌절, 불안을 경험한 후 타인과의 관계를 두려워하기 시작해 자신에게 필요한 사회적 활동을 회피하고 혼자 있길 원하는 등 사회적 기능이 저하되는 상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사회공포증 환자인원 통계’에 따르면 2005년 9519명이던 사회공포증 환자는 2006년 1만1561명, 2007년 1만4010명, 2008년 1만4598명으로 3년 사이 53% 증가했다.
사회에 대한 공포는 극단적인 은둔생활로 이어진다. 올해 초 화제가 된 ‘미네르바’ 박대성 씨도 수개월 동안 방에 틀어박혀 글을 쓰기만 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경기 불안이 계속되면서 경쟁구도에서 탈락한 사람들이 스스로 외부와의 선을 긋는 추세인데다 여기에 인터넷 중독증이 겹쳐 은둔 계층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