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인플루엔자 A(H1N1·신종플루) 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젊은 부부 사이에 임신을 늦추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19일 영국 언론들에 따르면 신종플루에 걸린 임신 여성이 아기를 낳은 뒤 숨지는 사례가 잇따르자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플루가 극성을 부리는 올 겨울 이후로 임신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소문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지난 13일 39살의 여성이 신종플루에 감염돼 치료를 받던 중 런던의 한 병원에서 조숙아를 낳은 뒤 숨졌으며 아기는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다. 지난달 15일에도 신종플루에 감염된 38세의 여성이 임신 29주만에 조산한 뒤 숨졌으며 며칠 후 아기도 사망했다. 최근 숨진 감염자 중에는 태어난 지 6개월이 채 안된 갓난아기가 포함돼 있다. 더구나 영국 최대 출산 관련 단체(NCT)가 “임신하면 면역체계가 제 기능을 못하기 때문에 신종플루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이 더 커진다”며 임시 시기를 늦출 것을 권고하면서 임신 기피 현상에 불을 지폈다. 의료계는 임신여성이 신종플루에 감염되면 폐렴, 호흡곤란, 탈수 등과 같은 합병증이 올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보건당국은 임신 여성과 영아들이 신종플루에 취약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뾰족한 대책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일단 임신한 여성과 5살 이하 어린이를 둔 부모에게 비누로 손을 자주 씻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하고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신종플루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한편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담당 의사와 접촉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영국의 1차 진료기관(GP) 84곳을 모니터링한 결과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지난 6~12일 신종플루 감염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의사와 접촉한 사람은 4만명으로 그전 주에 비해 46% 증가했다고 BBC가 16일 보도했다. 신종플루 증상이 있다고 호소한 사람은 인구 10만명당 73명꼴로 집계됐다. 자녀들의 감염 여부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5~14세에서는 10만명당 159명꼴, 4세 이하에서는 10만명당 114명꼴로 의사를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에서는 지난 주까지 총 5만5천여건(사망자 29명 포함)의 신종플루 감염 사례가 보고됐으며, 이 중 53명은 증상이 심각해 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최고 의무관인 리암 도널드슨은 앞서 지난주 최악의 경우 영국 인구의 1/3이 신종플루에 감염되고, 이 중 6만5천명은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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