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균형적인 시각이나 ‘엄하면서도 자애로운’ 훈육은 부부가 서로 객관적으로 바라봐 주고 충고해 주고 때로는 거들어야만 가능하다. |
|
여러 가정 문제 복합적 작용 가능성 높아
아동의 정확한 상태 평가 가장 중요 서양이나 동양이나 아동 청소년 진료를 하다 보면 아마도 이런 종류의 고민이 전문가에게 상담하는 이유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아동, 청소년들은 어른과 달리 자신들이 어딘가가 불편해서 병원을 찾아 오지 않고 부모나 학교가 데리고 온다. 어른 환자와는 달리 자신이 원해서 병원에 오는 것이 아니다 보니 종종 진료를 받는 것에 대해서 실랑이가 자주 발생하고 어떤 경우는 엄마 아빠끼리 의견 차이가 있거나 부모와 학교 사이에서 견해차가 발생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 경우 자주 발생하는 문제가 아동을 진지하게 이해하려는 노력이 결여 된다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특히 아동을 사이에 두고 여러 기관들이 충돌하는 경우도 많고 이 경우 아동의 입장에서 최선책을 생각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의무에 너무나 충실한 나머지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경우가 되기 십상이다.
예를 들어서 한 어머니가 아이가 너무 말을 안 듣고 나대기 때문에 학교에서 특별히 신경을 써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 친절하게도 그 어머니는 필자와의 진료 사실을 언급하며 자신의 아동의 ADHD 진단을 받았다면서(사실은 동생이 진단을 받았다) 학교에 보조 교사를 붙여 줄 것을 요구를 했다.
학교에서는 아동의 어머니가 함부로 있지도 않는 병명을 아동에게 붙여 가면서 과도한 요구를 함으로써 아동에게 해를 입히고 있다고 판단하고 복지과에 연락해서 아동학대팀이 어머니에게 면담을 요구했다.
그 다음은 말할 나위도 없이 학교와 부모의 대판 싸움이 일어나고 학교에서는 복지과에 넘긴다고 위협을 하고 부모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다고 비난을 한다. 이렇게 되면 완전히 주객이 전도 되어 아동은 도외시 되고 감정싸움으로 종종 발전을 한다.
문제는 비슷한 과정이 가정 내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와 학부모는 따로 사니까 떨어질 공간이라도 있지만 부모끼리 싸움을 하면 애들에게도 노출이 되고 늘 얼굴을 봐야 되기 때문에 해결이 더 힘든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면 자기 자식이라도 진정한 문제에 접근하기 보다는 오히려 감정적으로 대하는 경우가 많다.
앞서 학교에 보조교사를 요청했던 어머니는 관공서에서 근무하는데 자식들을 키우느라 나름대로 고생을 많이 하고 거기다가 우울증까지 겹쳐서 정말로 힘든 삶을 살고 있다. 남편도 최근 경기악화로 퇴근 시간이 늦어지고 스트레스가 겹치는 바람에 가정에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하게 되었다.
이 어머니는 밤이 되면 혼자서 지치고 외롭고 늦게 퇴근하는 남편 때문에 신경질이 나는데 유난히 별나고 말을 안 듣는 큰 아들이 점점 보기가 싫어졌다. 자연 짜증이 그 아들에게로 가고 목소리도 커지고 ‘쟤는 누굴 닮아서 저렇게 말을 안 듣나?’ 점점 아들에게 뭔가 잘못된 점이 있는 것처럼 느껴 진다. 그러다가 얼마전 잡지에서 읽었던 주의력 결핍장애가 너무나 들어 맞는 것처럼 생각이 되기 시작했다. 한번 이런 의심이 드니까 이 어머니는 자신이 사소한 일에도 신경질 내는 것은 생각지도 않고 무조건 애가 문제가 있다고 믿어버렸다.
아동은 또한 어른과 달리 행동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특히 언어력이 떨어진 아동에게서 이런 현상이 많이 발견 되는데 이런 경우 부모가 의사 전달을 할 수 있도록 아동에게 도움을 줘야지 무조건 야단을 쳐서는 아동이 더 화가 나서 문제 행동을 보일 우려가 있다. 특히나 어른들이 제대로 아동에게 의사 전달을 못하거나 미리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것이 많이 발견된다.
어른과 달리 행동으로 감정 표현하는 아이
즉흥적으로 화내고 무조건 야단 치기 보다
아이 행동 주의 깊게 관찰하고 칭찬 많이 해야 예를 들어서 어떤 어머니는 평소에는 아동에게 별로 말을 하지 않고 자신에게 몰두되어 있다가 애가 자신의 생활을 방해하면 야단을 치고 ‘관심’을 보인다. 이렇게 되면 아동은 엄마가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면 자기에게 눈을 돌린다는 것을 알고 주의를 끌기 위해서라도 문제 행동을 더 하게 된다.
또한 이러한 어머니는 야단을 치는 것이 즉흥적이고 자신의 화난 감정을 그냥 펼쳐 보이는데 급급하기 때문에 제대로 아동을 ‘훈육’을 할 수 없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행동 교정’을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칭찬’인데 항상 아동을 주의 깊게 보지 않고서는 언제 무엇을 칭찬을 해야 될지 모른다.
이런 ‘쏠림 현상’은 엄마가 고립되어 있거나 남편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다. 균형적인 시각이나 ‘엄하면서도 자애로운’ 훈육은 혼자가 쉽게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옆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봐 주고 충고해 주고 때로는 거들어 주는 사람이 있어야만 가능할 수가 있다. 부부가 서로가 번갈아 가면서 이러한 역할을 해줄 때 비로소 아동들이 부모를 바로 따라 올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혼자서 애를 키우는 가정에서 문제 아동이 나올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은 영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입증된 사실이다.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확실히 말하는 사람은 없으나 위에서 설명 만으로도 그 이유를 유추해 보기에 어렵진 않다.
이와 같이 ‘내 애가 말을 안 듣는다’는 것은 단순히 아동이 병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고 어쩌면 가정의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생기는 현상일 가능성이 많다. 안타까운 사실은 한 단면만을 보고 아동에게 진단을 하고 약을 투약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동의 정확한 상태에 대한 평가는 암만 그 중요성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 코리안위클리(http://www.koweekly.co.uk),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