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는 8일 일제시대 식민지배에 협력한 인사들의 해방 전후 행적을 담은 `‘친일인명사전’ 발간 국민보고대회를 열고 총 3권, 3천 페이지에 달하는 인명사전을 공개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편찬하는 `‘친일문제연구총서’ 중 인명편인 이 사전은 일제 식민통치와 전쟁에 협력한 인물 4천389명의 주요 친일 행각과 해방 이후 행적 등을 담고 있다. 편찬 과정에는 150여명의 각 분야 교수와 학자 등의 편찬위원으로 참여했고 집필위원으로 180여명, 문헌자료 담당 연구자도 80여명이 투입됐으며 1999년에는 사전편찬을 지지하는 전국 교수 1만인 선언이 있기도 했다.
▶‘친일인명사전’ 어떤 내용 담았나
일제 식민통치와 전쟁에 협력한 인물 4천389명의 주요 친일 행각과 해방 이후 행적 등을 인물, 이름, 가나다 순으로 소개한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한 지도층 인사와 문화예술계 유력 인사들의 이름이 상당수 사전에 올랐고, 독립유공자로 지정돼 있던 인물들도 들어있어 파장이 적지않을 전망이다.
◇ 사회 지도층 대거 포함 =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성수 전 부통령, 장면 전 국무총리 등 지도층 인사들의 친일 행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사전은 만주국 군관으로 지원할 당시의 상황을 상세히 설명한 1939년 3월31일자 `‘만주신문’을 인용하고 있다. 이 기사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문경에서 교사로 재직중 만주국의 군관으로 지원하였으나 연령 초과로 일차 탈락하였다. 1939년 재차 응모하며 ‘`一死以テ御奉公 朴正熙’(한 번 죽음으로써 충성함 박정희)'라는 혈서와 채용을 호소하는 편지를 지원서류와 함께 제출했다”고 기술했다. 장면 전 국무총리도 국민총력천주교경성교구연맹 이사직을 맡았던 경력 때문에 사전에 이름을 올렸다. 현상윤 고려대 초대 총장도 1942년 `‘춘추’ 11월호에 “정신에 있어서는 국체명징과 내선일체를 토대로 황국신민 양성에 힘을 다한다”는 글을 기고하고 1942년 12월6일자 매일신보 인터뷰에서 `‘황국신민화 교육을 위한 `의무교육’ 실시를 역설해 사전에 수록됐다.
◇ `독립 유공자'들 친일행적도 = 사전에는 김성수 전 부통령을 비롯해 이종욱 전 의원, 언론인 장지연 등 독립유공자로 선정된 인물들도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 문화ㆍ예술인도 다수 등장 = 음악가 안익태, 홍난파와 무용가 최승희, 소설가 김동인과 시인 서정주 등 일제시절 활동한 여러 문화ㆍ예술인이 수록돼 학계의 논란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 노골적인 친일행각 인사들 = 일반인의 생각을 훨씬 뛰어넘는 적극적인 친일 행각을 벌인 사례들도 다수 소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독립운동가였던 김동한은 1925년부터 친일인사로 전향해 1934년에는 항일세력 파괴와 민간인 통제를 위한 특수공작대를 설립, 항일부대원을 살해·체포하는 일에 나섰다. 그는 1937년 항일군과 교전 중 사망했고 일본은 야스쿠니 신사에 그의 위패를 안치했다. 조선총독부에서 순사로 근무하던 김덕기 역시 독립운동가를 체포하는 등의 활동에서 두각을 드러내 조선총독이 주는 경찰 최고 훈장인 `‘경찰관리 공로기장’을 받았다고 돼 있다. 평안남도 관찰도 안주지방위원을 맡았던 김인오는 사망 직전에 일제의 비행기 구입비로 5만원을 헌납하라는 유서를 남기기도 했고, 항일 부대원 50여명을 사살한 것으로 조사된 일본군 중좌 김인욱도 사전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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