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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음식이야기 10 아일랜드의 눈물 - ‘감자’
코리안위클리  2010/12/15, 03:54:57   
▲ 아일랜드 대기근으로 인한 사망자와 영국을 비난하는 문구가 담긴 벽화 (벨파스트 소재).
먹거리로 인한 인류 최악의 대재앙
식민치하 영국에 품은 마음속 응어리 지금도 여전

‘유럽의 아프리카’ ‘흰 깜둥이’로 불리는 민족이 있었다. 바로 영국과 지척의 거리에 있는 아일랜드다. 무엇을 이야기하든 아일랜드는 코끗 찡하고, 가슴이 짠하게 아린 그래서 간혹 눈물까지 핑돌게 하는 민족이다. 어쩌면 우리의 모국 대한민국처럼 이리도 아픈 과거가 많단 말인가.
‘감자와 아일랜드’ 이 두 단어는 뗄래야 뗄 수가 없다. 인간이 기록을 남긴 이래로 동·서양 역사에 있어서 ‘먹거리’가 사건의 주연으로 등장한 굵직한 일들은 많이 있다. 그러나 ‘먹거리’가 한 나라 아니 한 민족의 운명을 송두리째 뿌리까지 뒤틀어 바꾸어 놓은 예는 그리 많지 않다. 한 가지의 ‘먹거리’로 인하여 전체 인구의 절반이 어느 한 나라에서 몽땅 사라진 예가 지구상 어디에 도대체 있기나 했단 말인가. ‘감자’가 아일랜드에서 도대체 무슨 짓을 했단 말인가? ‘감자와 아일랜드’는 바로 그 많지 않은 사건들 중 하일라이트라 해도 과하지 않을 만큼 처절하다.
감자의 원래 고향은 남미 고산 지대다. 척박한 환경에도 잘 적응하는 생명력은 다른 작물에 비해 탁월하다. 게다가 단위 면적당 수확량은 여타 식물군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많아 한 가족을 먹여 살리기에 충분하다. 이렇듯 감자는 작물로서 우수성은 일찍이 입증됐지만, 놀랍게도 유럽에 처음 들어 왔을 당시에는 가축과 동물 사료로 취급 받을 만큼 천대 받았다. 더구나 독성식물이 많은 가지과로 분류돼 ‘악마의 열매’로 불리기도 하였다.
감자가 ‘인간의 먹거리’로 지위가 상승하게 된 계기는 ‘산업 혁명’ 이후 유럽 전반에 불어 닥친 급속한 인구증가였다. 높은 수확량, 타고난 생명력 그리고 손쉬운 조리법은 시대가 탄생시킨 식탁의 영웅임에 손색이 없었다. ‘쓸모 없는 악마의 열매’가 단숨에 ‘대접 받는 식탁위의 강자’가 된 것이다.
감자는 넓고 황량한 아일랜드에 아주 제격인 작물이었다. 16세기 후기에 아일랜드에 들어온 감자는 이후 이 나라 먹거리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국민의 주식이었다. 1945년까지만 해도 전국민의 1/3 정도가 감자에 의존하는 식탁을 꾸려 나갈 정도로 이 민족의 식량이었다.

“아일랜드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가난한 모국을 떠나야 했다.
바다를 건너는 동안 수 많은 사람들이 병과 굶주림으로 죽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민선은 ‘관선-coffin ship’으로도 불렸다”

아일랜드의 국민 주식이던 감자가 1845년 초여름, 마름병에 걸리면서 끔찍한 대재앙이 시작되었다. 당시 감자 재배면적은 전체 농지의 1/3을 차지했는데 그해 여름 약 30%의 수확량의 손실이 발생했다. 그 이듬해인 1846년 상황은 더 크게 악화되어 감자 수확이 거의 없을 만큼 감자마름병은 극으로 치달았다.
1847년 감자 마름병은 잠시 호전되었지만 불길처럼 번진 기아와 굶주림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살아 남기 위해서 사람들은 닥치는 대로 먹었다. 말그대로 초근목피로 겨우 목숨만 부지하였으며, 야생동물 심지어 개와 고양이까지 생존을 위해서 잡아먹어야 할 만큼 국가는 먹거리 도탄에 빠졌다. 이러한 대재앙은 그 후 몇 년 간 계속되어 아일랜드는 온 나라가 굶어 죽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당시 아일랜드를 식민지로 지배하던 영국은 갖가지 수탈을 자행하면서도 수수방관자적인 정치적 행태를 취하고 있었다.
아일랜드는 감자 이외에 다른 먹거리로 곡물과 육류 유제품들이 생산되었지만, 이러한 고급 먹거리들은 아일랜드 사람들에게 그림의 떡에 불과했었다. 가난한 식민지 국민이었던 아일랜드 사람들에게 이러한 먹거리를 살 수 있는 돈도 없었거니와 이러한 고급 먹거리들은 대부분 ‘영국 수출’이라는 미명하에 반출됐기 때문이다. 당연히 폭동과 항거가 일어났고, 그때마다 영국은 군인들을 이 섬나라로 출동시켜 진압하는 무력을 행사했다.
이제 아일랜드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가난한 모국을 떠나야 했다. 그래도 양심 있는 영국인 지주들은 배삯이라도 지불했지만 대부분은 빈손으로 쫓겨났다. 돈을 벌기 위해서 급조된 난민선은 열악하기 그지 없었다. 바다를 건너는 동안 수 많은 사람들이 병과 굶주림으로 삶을 마감하는 일들이 다반사였다. 심지어 어떤 이민선은 476명 중 348명이 도착하기도 전에 죽은 사례도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민선은 ‘관선-coffin ship’으로도 불렸다.

“역사의 아픔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아일랜드 사람들에게
860억 유로의 구제금융은 정치 경제적 문제 이상의 함축적 의미가 있다”

통계로 볼 수 있는 결과는 더욱 참혹하다. 1846~50년까지 감자 마름병으로 인한 대기근 동안 약 100만 명의 아일랜드인들이 굶주림과 질병으로 죽고 100만여 명이 눈물을 흘리면서 모국을 떠났다. 그 결과 1850년 아일랜드 인구는 800만 명에서 600만 명으로 줄어 들었다. 이러한 아일랜드 탈출 엑소더스는 그 후 20세기 초까지 꾸준히 진행되어 급기야 인구가 400만명으로 줄어 들게 되었다. 전체 인구의 절반이 아일랜드에서 사라진 것이다. 말 그대로 ‘대참사’라 이야기 해야 할 서구 역사의 아픈 한 장면이다. 지구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먹거리’로 인하여 야기된 ‘최악의 대재앙’이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기 전 식민치하의 아일랜드 사람들이 영국 사람들에게 품은 마음 속의 응어리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북 아일랜드 신·구교간의 갈등도 자세히 그 뿌리를 들춰 보면 바로 이 감자 대기근 동안 영국과 영국 지주들이 보여준 본토 아일랜드 국민들에 대한 정치적 실정에 기인하는 바가 절대적으로 크다.
지난 달 28일 아일랜드는 86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 받았다. 구제금융 신청에 대한 결정이 있기 하루 전인 27일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서는 10만여 명의 시위대가 도심을 활보했다. 역사의 아픔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아일랜드 사람들에게 860억 유로의 구제 금융은 단순히 현재 아일랜드의 정치·경제적인 문제 그 이상의 함축적인 의미가 있다. 우리가 무엇을 보는가 만큼이나 어떻게 보는가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외국 자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아일랜드에서 이번에는 사람들이 다시 짐을 꾸리고 있다. 눈물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글쓴이 정 갑 식
gsjeung@hotmail.com

국립 강원대학교 관광경영학과에 출강하던 지난 1997년 영국으로 유학을 와서
음식문화 분야의 박사과정을 거치며 14년째 영국에 생활중.
현재 런던에서 외식산업 컨설턴트로서 Eating out trend를 분석하여
business market road map을 제시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음식문화 월간지 ‘에센-ESSEN’에 유럽 음식문화 칼럼을 쓰고 있고
계간지 ‘한국 현대 문학관’에 영국의 유명 작가들을 소개하는 칼럼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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