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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음식이야기 15 커피의 ‘우스꽝스런’ 출생 이야기
코리안위클리  2011/03/02, 04:27:06   
▲ 이슬람 문화권에서 ‘커피’가 차지하는 상징성은 단순한 음료 이상의 절대성이 있기 때문에 사회학자들은 ‘커피’를 이슬람의 ‘와인’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커피 열매 먹은 염소떼 이상 행동 보고 발견
세계 교역량 2위, 연간 6천억 잔 소비

지구상에서 인간이 마시는 음료 가운데 가장 많은 소비량을 차지하는 것은 무엇일까? 정답은 ‘물’이다. ‘물’이 없다면 인간은 살 수 없다. 우리의 인체는 사실 대부분 수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정말 귀하고 소중한 말씀을 ‘생명수’라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물’ 다음으로 온 인류가 사랑하여 애용하는 기호 음료는 무엇일까? 맥주, 와인, 콜라 아니면 티일까? 정답은 바로 ‘커피’이다.
지구라는 이 땅덩어리 위에서 인간이 마셔대는 커피가 연간 약 6천억 잔 이라고 하니 가히 놀랄 만하다. ‘커피’는 세계 무역 동향으로 볼 때 석유 다음으로 교역량 2위를 기록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구 어디서든 ‘커피’는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일상의 음료로서 생활의 필수품처럼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그럼 이 짙은 흑갈색 분말로 만들어 마시는 음료 ‘커피’가 어떻게 인류의 삶 속으로 들어오게 된 걸까?
지난번 ‘홍차’ 이야기를 본지에 소개할 때 홍차, 초코렛 등과 같은 기호품은 귀족사회에서 화려한 각광을 받으며 데뷰했다고 독자 여러분께 소개했다. 그렇다면 ‘커피’도 그 품격에 맞게 화려한 출생의 비밀이 있을까?
커피 애호가 여러분들께는 참으로 죄송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황당하기 그지 없다’란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전혀 엉뚱한 방식으로 커피는 ‘문명’의 세계로 진입하여 마침내 오늘날 ‘음식 문화’의 한 장르를 이루고 있다(주1).
그렇다면 커피를 문명의 세계로 들여온 장본인은 누구일까. 참으로 어이 없게도 사람이 아닌 동물이다. 그것도 ‘메~에~ 메~에’하고 들판을 무리지어 헤메고 다니는 염소이다. 그럼 염소가 커피를 블랙으로 마셨나 아니면 원두를 날로 먹었나 그것 또한 궁금하기 그지 없으니 다음 이야기를 한 번 들어 보길 바란다.

까마득한 옛날 예맨 남쪽에 한 목동이 있었다. 이 목동이 하는 일은 이슬람 수도원의 염소떼를 관리하는 일이었다. 당시 염소는 이슬람 사원에 가죽, 고기, 우유를 공급하는 아주 중요한 가축이었다. 그런데 들판과 잡목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풀과 나뭇잎을 섭취하던 이 염소떼들이 어느날 갑자기 이상한 징후를 보이기 시작했다. 낮에는 열심히 먹을 것을 찾아다니다가 밤이 되면 죽은듯이 조용히 잠을 자곤 했던 염소떼들이 어느날 갑자기 밤에 잠을 자지 않는 것이었다. 그것도 마치 밝은 대낮에서나 보이던 행동으로 기운차게 뛰어다니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몇 일을 자지 않고 원기왕성하게 미친듯이 산과 바위를 오르 내리는 것을 본 목동은 뭔가 심상치 않음을 알아차렸다.
목동은 수도원에서 예배를 관장하던 이맘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주2). 아주 높은 학식을 지닌 이맘은 염소들이 밤에 잠을 자지않고 왕성하게 날뛰는 이유가 분명 염소떼가 먹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염소떼들이 야생에서 먹는 것을 자세히 관찰하다 하나의 관목에 주목하게 됐다. 크지도 않고 가지가 적당히 휘어져 있으면서 보기 좋은 잎새들이 붙어있는 이 관목들은 붉은색 열매들이 촘촘히 달려 있었다. 마침내 커피와 인간이 만나는 최초의 순간이다.

염소떼들이 밤에도 잠을 자지 않고 왕성하게 활동하는 것이 이 붉은색 열매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 이맘은 이것에 대해서 더 많은 연구와 실험을 해 보았다. 여러가지 방법으로 이 붉은 열매 먹는 방법을 실험해 보던 중, 마침내 열매를 구워 가루로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이맘은 이 가루를 물에 타셔 마셔 보았다. 쓴맛이 나는 이 액체는 놀라운 신체의 변화를 가져 왔다. 충직한 무슬림 신자로 평생을 살아온 이 수도승은 지금까지 전혀 겪어 보지 못한 정신세계를 경험하게 된것이다. 잠도 오지 않고 한층 더 맑고 영민한 정신 상태로 활동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이 붉은색 열매가 만들어낸 액체 음료가 곧 수도사들에 퍼지는 것은 단지 시간 문제에 지나지 않았다. ‘카파’라는 관목에서 수확된 오늘날의 이 커피를 당시 수도사들은 ‘카와-Khawah’라고 불렀다.

커피는 이렇게 하여 이슬람 문화권에서 전세계로 퍼져 나가 오늘날 모든 사람들이 즐겨마시는 기호품이 되었다. 우아한 향이 가득한 한 잔의 커피잔을 놓고 길길이 날뛰며 돌아다녔을 염소떼들을 독자여러분들은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이슬람 문화권에서 ‘커피’가 차지하는 상징성은 단순한 음료 이상의 절대성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사회학자들은 ‘커피’를 이슬람의 ‘와인’이라고 해석하면서 기독교 문화권의 ‘와인’과 비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음식문화’에서 볼 때 이 두 가지의 기호품을 비교하는 데에는 상당한 위험이 있음을 필자는 강조하는 바이다. 사실 재미 없는 이야기이지만 진중한 토론이 필히 수반되는 논쟁의 여지가 있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다음에 ‘재미 없는 음식이야기’를 할 때 다시 한 번 독자 여러분께 내놓을 생각이다.

(주1) ‘문명’과 ‘문화’에 대한 미세한 혼동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주2) ‘이맘’은 이슬람문화권에서 예배를 관장하는 성직자의 지위를 말한다.


글쓴이 정 갑 식
gsjeung@hotmail.com

국립 강원대학교 관광경영학과에 출강하던 지난 1997년 영국으로 유학을 와서
음식문화 분야의 박사과정을 거치며 14년째 영국에 생활중.
현재 런던에서 외식산업 컨설턴트로서 Eating out trend를 분석하여
business market road map을 제시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음식문화 월간지 ‘에센-ESSEN’에 유럽 음식문화 칼럼을 쓰고 있고
계간지 ‘한국 현대 문학관’에 영국의 유명 작가들을 소개하는 칼럼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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