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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칼럼니스트우이혁 정신과 전문의 글짜크기  | 
청소년과 정신건강 59 사랑도 병인가?
코리안위클리  2011/09/21, 13:01:31   
▲ 사람이 사랑을 하고 기뻐하고 상처를 입는 것은 어쩌면 누구나 겪는 과정이건만 왜 어떤 사람은 ‘병자’가 되고 어떤 사람은 ‘정상인’으로 남을 수 있는 지는 경험이 쌓여도 점점 알기가 어려워진다.
문제가 되는 것은 ‘병’ 자체가 아니라 그 사람이 스트레스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

얼마전 방문한 17세 소녀는 큰 마음의 병을 앓고 있었다. 6개월 전 사랑하던 남자 친구에게 바람 맞고 자기 자신은 아직도 그 남자를 잊지 못하여 상사병을 앓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마치 유행가의 한 소절을 듣는 듯이 눈만 뜨면 그 남자 생각이 나고 어찌할 바를 몰라서 죽고 싶은 생각에 자해를 하기도 하고 학교도 가지 못하는 그야말로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정신과 의사로서의 고민은 이 사람이 과연 치료를 필요로 하는 병을 앓고 있는지 아니면 그야말로 사랑의 상처로 고통받고 있는 ‘정상인’ 인지를 감별해야 될 때이다. 사람이 사랑을 하고 기뻐하고 상처를 입는 것은 어쩌면 누구나 겪는 과정이건만 왜 어떤 사람은 ‘병자’가 되고 어떤 사람은 ‘정상인’으로 남을 수 있는 지는 경험이 쌓여도 점점 알기가 어려워진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해 주기 위해서 미국이나 유럽 정신과 협회에서는 일종의 진단 기준을 마련하여 어느정도 기간 이상 동안 우울한 감정이 지속된다는지 일년에 몇 번 이상 이러한 우울한 기분이 되풀이 하여 찾아 온다든지 등의 기준을 마련해서 소위 ‘정상인’과 ‘환자’의 감별을 시도하고 있지만 실제로 임상 장면에서는 그렇게 간단하게 처리될 문제는 아니다.
위의 소녀 같은 경우엔 자해 행동을 하고 있는게 눈에 띄는데 이것이 절대적으로 진단을 내리는 데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소녀가 자신의 마음의 고통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보통 사람들은 잘 사용하지 않는 다소 극단적인 방법을 쓰고 있고 거의 거기에 중독되다시피 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이다. 그렇지만 문제 이지만 ‘병’을 앓고 있다는 말을 쓰는 것은 쉽지 않다.
의사의 경우에는 거의 십중 팔구 이 소녀의 병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는 것이 그들에게 ‘문제’이다. 필자가 이 소녀를 1년 동안 서너번 보았지만 아주 기분이 처진 우울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고 다만 자신의 기분 변화가 심하고 기분이 나빠지면 벽을 치거나 자해를 하는 것이 주된 증상이었다.
일반인들은 간단히 ‘저 애 환자네’ 하면 끝날 수 있겠지만 전문가는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냥 다르기 위해서 없는 병을 만들어 낼 수는 없는 것이다. 우울증 이라고 보기에는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우울한 기분 보다는 화를 조절하는 것이 문제인 상황인데 그렇다고 조증도 아니고 행동 장애에 해당되지도 않는다.
이 소녀는 부모들이 반대하는 만남을 하다가 남자쪽에서 포기하고 돌아 선 것에 대해서 몹시 분노해 하고 있고 자신이 치료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남자’가 돌아 오는 것 밖에는 없다고 한다. 필자가 보통 ‘첫 사랑’은 이루어 지지 않는 것이라고 은근히 달래 보아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의사가 되는 건지 아버지 뻘로서의 어른으로 달래고 타이르는 것인지 분간이 가지도 않는다.

영국에서는 진단명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환자나 타인의 안전에 위험이 된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는 강제 입원도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로 진단 검사를 하기
위해서 강제 입원하는 경우도 있다.

이 전에 한국에서 근무할 때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응급실에 수면제를 다량 먹고 실려온 여자 환자가 있었는데 애인이 변심해서 그랬다고 한다. 위 세척을 하고 나서 정신과에서 봐달라고 해서 내려갔는데 도무지 진단을 붙일 수가 없다. 그러면 병이 아니라고 퇴원을 시켜도 되는 것인지….
영국에서는 진단명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환자나 타인의 안전에 위험이 된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는 강제 입원도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로 진단 검사를 하기 위해서 강제 입원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정신과에서 진단을 내릴 수 있는 ‘병’이 있다 없다에 너무 일희 일비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왜냐하면 많은 경우에 문제가 되는 것은 ‘병’ 자체가 아니라 그 사람이 스트레스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문제라고 느껴져서 치료를 받으러 오는 사람은 그 방식이 바뀌어질 가능성이 그래도 많은 사람이고 ‘병’이 없으니 ‘문제’ 없다고 좋아하는 사람은 가능성이 없는 사람이다.
물론 정신과 진단이 소용 없다는 말은 아니고 중요하지만 때로는 진단명을 붙일 수 없는 경우라도 도움이 필요한 상황은 얼마든지 있다는 얘기다. 만약 7살 난 아들이 엄마에게 ‘창문밖으로 뛰어 내리고 싶다’라는 말을 하는데 정신과에서 우울증이 없다고 얘길 들었다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자살사고를 어머니에게 이야기 했는지를 살펴 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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