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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칼럼니스트우이혁 정신과 전문의 글짜크기  | 
청소년과 정신건강 66 영국 의과대학생에 대한 소고
코리안위클리  2012/01/04, 08:12:07   
▲ 일방적으로 한 문화의 우월성만을 주장하기 보다는 다른 문화에 대해서 귀를 기울이면서 자신을 배우는 영국인 특유의 사고방식을 의과 대학의 교육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공부에 대한 열의 높고 자율적·능동적인 모습 인상적

필자가 요즘 하는 일에서 의과대학생 실습이 생겼다. 처음 하는 일은 아니지만 약 1년 전 쯤부터 간간히 한두 달 정도 필자에게 의과 대학생이 배당되고 그 학생들의 실습을 도와주는 것이다. 물론 의과 대학생 실습이 있다고 새로운 수당을 받는 것도 아니고 다른 혜택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지만 트러스트 전체의 관점에서 보면 의과대학과 어느 정도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약간의 금전적인 거래가 있는 것은 짐작하고 있지만 자세히 발표를 하지는 않고 봉사 차원(?)에서 컨설턴트들에게 부탁을 한다.
이것도 한국에서와는 좀 다른 부분인데 한국에서는 개원하고 있는 의사들이나 종합병원에서는 대학과 어떤 형태로든 연결하려고 노력한다. 왜냐하면 대학과 연계하고 있다는것이 병원의 홍보도 되고 신뢰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영국에서는 의과 대학생을 교육하는 것이 홍보효과 때문도 아니고 단지 의사들의 후배양성(?)에 대한 열정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의과 대학생을 교육시키는 의사들에게 외래 교수 등의 임명장을 부여하고 이것을 개원가에서는 진료실에 걸어 두어 환자들에게 홍보도 하지만 영국에서는 그런 임명장도 없고 자신의 경력 소개에 크게 드러내지도 않는다. 어쩌면 컨설턴트라는 역할 자체가 교육에 당연히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라서 인지도 모르겠다.
필자가 교육하는 의과대학생들은 옥스포드에서 나오는데 자타가 공인하듯이 이 나라 아니 세계에서 머리 좋다는 수재들이 온다는 곳이다. 실습을 주관하면서 한 가지 놀란 사실은 공부를 하고자 하는 열의가 몹시 높고 시간 때우러 온다는 느낌 보다는 무엇을 하러 온다는 느낌이 강했다는 사실이다. 물론 옥스포드에서 아머샴까지 온다고 작정했을 때는 자신들의 열정이 많이 작용했겠지만 몹시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모습이 수동적이고 따라가는데 급급했던 필자 때의 의과대학 생활과 많이 비교가 되었다.
그리고 실습에 대한 서포트가 장난이 아니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옥스포드에서 아머샴까지 오는 교통편을 고려해서 월요일에는 택시를 대절해 학생들을 실어 나르고 또한 주중에는 아머샴 근처의 숙소를 구해서 학생들이 머물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양산 근처의 정신병원에서 학생실습을 했던 필자는 대중 교통편이 없어서 병원 출근 버스를 놓치면 사비를 들여 부산에서 비싼 대절택시를 마련하지 않으면 실습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때와 비교하면 새삼 격세지감이 들기도 하고 학생은 공부에 충실하고 나머지는 학교에서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점에서는 부럽기도 했다.

실습을 주관하면서 한 가지 놀란 사실은
공부를 하고자 하는 열의가 몹시 높고
시간 때우러 온다는 느낌 보다는
무엇을 하러 온다는 느낌이 강했다는 사실이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학생이 실습이 마칠 때마다 담당 컨설턴트에 대한 평가서를 제출한다는 점이었다. 일종의 성적표인데 한국에서는 교수님 한 명에 담당 레지던트 인턴, 수간호사, 간호사들, 학생 간호사 등 20명이 넘는 대 군단을 이끌로 회진하는 분위기에서 교수님에게 감히 성적표를 제시하다니 필자의 학생 시절에는 꿈도 못꿀 일이었다. 어디 감히 일개 학생이 교수에 대한 평가를 내릴수가 있나.
하지만 이것도 문화의 차이려니 하며 거기에 맞춰 살다보니 몇가지 좋은 점도 발견하게 되었다. 첫째, 학생들이 나에게 어떤 불만을 가지고 있고 왜 불만을 가지고 있나 어떻게 하면 좀 더 실습을 잘 시킬수 있을까 하는 아이디어를 가질 수가 있다는 점이다.
사실 필자가 한국 가서 강의를 하면 요즘은 여기서 배운 것을 흉내낸다고 평가서 비슷한 것을 돌리는 데 청중들의 반응이 신통찮고 몇 개 받아보는 것도 내용이 별로 신선한 것이 없다. 하지만 이곳 학생들의 평가서에는 진료에 좀더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달라, 컴퓨터 사용을 좀더 용이하게 해달라 등등 어떻게 하면 내가 좀더 학생들의 공부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었다. 물론 그 다음부터는 학생들이 오면 미리 이야기를 하고 어느 정도 진료에 참가하고 싶은지 물어 보고 좀 더 대화가 쉽게 진행이 된다. 처음에 나에게 점수를 짜게 준 학생들 덕분이다.
둘째는 평등 관계다. 자기들은 학생이고 난 실습을 시켜주는 임상 교수의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내가 우월한 관계에 있어서 그 사람들이 무조건 나의 의견에 동의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토론문화를 활성화시키고 나도 요즘 젊은 사람들의 생각이 어떤지 알 수 있어서 무척 도움이 된다. 때로는 일반인의 시각으로 전문가인 필자에게 날카로운 공격을 하기도 하고 난 거기에 전문가적인 입장을 취함으로서 서로의 견해를 나누고 간격을 좁히는 상당히 교육적인 경험을 할 수도 있다. 결국 학생지도가 학생 교육뿐만이 아니라 나를 돌아보고 좀 더 자극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됨을 느꼈다.
자율을 강조하고 쌍방간의 횡적인 대화를 중시하는 문화에서 그 토양에 뿌리를 내린 것이 영국 교육이다. 일방적으로 한 문화의 우월성만을 주장하기 보다는 다른 문화에 대해서 귀를 기울이면서 자신을 배우는 영국인 특유의 사고방식을 의과 대학의 교육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수업시간에 지각도 하고 농땡이도 피우고 하는 장면이야 세계 어디를 가도 다 있겠지만 실습을 통해서 이곳 의과 대학생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경험을 해보니 그 차이점이 새삼 크게 필자에게 다가 왔다.
그 다음 질문이라면 ‘그렇다면 과연 한국에서도 이런 교육을 시켜야 될까’라는 것일 게다. 하지만 이런 질문보다도 우리가 배워서 포함시켜야 할 부분은 어떤 것일까라는 질문이 좀 더 현실성 있고 효과적인 것 같다. 맹목적인 카피 보다도 어떤 장점이 있고 우리는 어떻게 그런 것을 성취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바로 현실적인 영국인의 사고를 배우는 것이 아닐까.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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