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가 위기에 처해 있고, 세계 금융시스템이 혼란에 빠진 요즘, 독자 화폐 사용이 답이 될 수 있을까. 영국 서부의 항구도시로 평소에도 개성적인 문화와 전통으로 자부심이 강한 브리스톨시가 독자 화폐를 출범시키기로 했다고 BBC방송이 6일 전했다. 이 화폐는 시 의회와 신용조합의 승인을 받았으며 곧 1, 5, 10, 20 브리스톨 파운드 짜리 지폐로 선보일 예정이다. 1 브리스톨 파운드는 영국 화폐인 파운드와 정확하게 등가이다. 영국에는 브리스톨 화폐 외에도 지방 화폐들이 더러 있으나 유통 규모가 브리스톨 파운드보다 훨씬 적다. 가령 데번에서는 2006년 자체 화폐가 출범해, 사업체 70여개소가 이를 사용 중이다. 글로스터셔 스트라우드에서는 1년반 전 자체 화폐를 선보였으나 지금까지 30개 기업 사이에서만 통용되고 있다. 브리스톨 파운드가 다른 지방화폐와 구분되는 특징은 지방세를 이 화폐로 지불할 수 있다는 점이다. 브리스톨 파운드 프로젝트의 시어런 먼디 국장은 이 화폐가 시 내부에서만 통용된다며 시에서 영업 중인 큰 업체들이 이 화폐를 사용한다는 것이 기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소비자들이 지불한 브리스톨 파운드를 기업들이 흡수하고, 이 기업들은 다시 이를 직원들에게 급료로 지불하거나 중소 거래업체들에 구매 대금으로 지급한다는 것이다. 이미 100여개의 업체들이 이 화폐를 사용하겠다고 신청했다. 여기에는 가족형 빵집, 극장, 연안여객선, 수십개의 카페 등도 포함돼 있다. 일반 소비자들은 금융조합에 브리스톨 파운드 계정을 마련한 뒤 여기에 예치된 돈으로 온라인 및 전화 결제에 사용할 수 있다. 물론 현금으로 쓸 수도 있다. 영국 금융서비스 당국은 파운드화 예금자와 마찬가지로 브리스톨 파운드 예금자에게도 똑같이 1인당 8만5천 파운드(한화 약 1억5천만원)까지 예금을 보호해준다. 브리스톨시는 현재 지폐 디자인을 거의 끝내고 지폐 도안에 사용할 인물을 선정하기 위해 시민들을 상대로 공모를 진행 중이다. 브리스톨시 관계자는 “브리스톨 시민들의 가치와 생활을 상징할 수 있는 인물을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당국자들은 시민들이 파운드와 브리스톨 파운드, 2종류의 화폐를 사용하면 불편을 겪을 것이라며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브리스톨 파운드가 너무 큰 성공을 거둘까 봐 우려하는 측도 없지 않다. 브리스톨에 자체 파운드가 압도적으로 사용되면 대기업들이 이로 인한 불편을 우려해 시에 투자를 꺼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브리스톨 파운드 출범을 위해 자원봉사 중인 스티븐 클라크 변호사는 “이는 전국 체인업체들에 대한 공격이 아니고 우리의 독립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다만 시의 돈이 외부로 빠져나가길 원하지 않는 시민들은 브리스톨 파운드를 사용하는 지방 업체에 돈을 쓰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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