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포토 커뮤니티 구인 전화번호 지난신문보기
전체기사
핫이슈
영국
한인
칼럼
연재
기고
스포츠
연예
한국
국제
날씨
달력/행사
포토뉴스
동영상 뉴스
칼럼니스트
지난신문보기
  뉴스칼럼니스트우이혁 정신과 전문의 글짜크기  | 
청소년과 정신건강 81 아동의 애도 반응에 대해서
코리안위클리  2012/09/19, 05:24:50   
▲ 조부 등 가까운 친지의 죽음은 청소년들에게 삶의 회의를 가져다 줄 수도 있고 이에 대한 부모들의 무관심이 어려움을 더 키우는 경우도 많다.

가까운 ‘친지의 죽음’ 아동·청소년에 상당한 충격
영국선 어렸을 때부터 사실대로 알려 빠른 회복 기대


아동·청소년과 일하면서 드물지 않게 접하는 경우가 가까운 친지의 죽음에 대한 그들의 어려움이다. 간단하게 bereavement라고 이야기 하지만 여러가지 이론들이 난무하고 있고 또한 어떻게 당사자에게 도움을 주는 지는 문화에 따라서 그리고 부모들의 철학에 따라서 여러가지 다른 의견들이 있는 것 같다. 흔히 접할 수 있는 경우로는 할아버지나 할머니의 죽음인데 사실 많은 부모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아동·청소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가까운 조부의 죽음은 청소년들에게 삶의 회의를 가져다 줄 수도 있고 이에 대한 부모들의 무관심이 어려움을 더 키우는 경우도 많다.
정신과적으로는 Grief reaction(애도 반응)이라고 하여 이것을 정상적인 반응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정신과적 질병으로 보아야 할 것인지는 전문가들 사이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어느 문화에서나 ‘죽었다’라는 말을 쓰지 않고 ‘돌아가셨다’ 내지는 ‘passed away’를 선호하는 것처럼 죽음 그 자체가 사람에게 주는 저항감이 대단하다. 그래서인지 아동들이 제대로 이러한 사건에 대해서 정신적으로 소화해 내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들이 강하다.
이런 이유로 주위의 어른들은 아동들에게는 실제로 일어난 일에 대해서 숨기려고 하고 아주 큰 다음에 천천히 진실을 이야기 해 주려는 경향이 많다. 예를 들어서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네 어머니는 어디 먼데로 가셨어. 100밤 자면 돌아오실 거야‘ 라든가 ‘누구 엄마는 하나님이 너무 보고 싶어 하셔서 천사들이 와서 데려 가셨어’ 등등 아동들에게 진실보다는 당장의 애도반응을 피해갈 수 있는 노력을 많이 한다.
문화적으로 보면 이곳 서양사람들은 한국 사람보다는 진실을 이야기 해 주어야 한다고 믿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한편으로는 아동들 자신의 권리에 좀 더 신경을 쓰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아니면 ‘차라리 모르고 사는 것보다는 알고 지내는 것이 낫다’라는 사고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다. 어쨌든 영국에서는 점차적으로 아동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사실대로 이야기 함으로써 이런 애도반응을 빨리 졸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고 한다.

주위의 어른들은 아동들이 죽음에 대해서
정신적으로 소화해 내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실제로 일어난 일에 대해서 숨기려고 하고
아주 큰 다음에 천천히 진실을 이야기 해 주려는 경향이 많다.


실제적으로는 부모가 잘 인식하지 못한다 하더라고 아동들이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정황을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주변 어른들이 진실을 숨기려 하다가 아동이 학교에서 친구들로부터 왕따 당하거나 놀림을 받고 본인은 과연 알고 있는 것을 알려야 할지 아니면 계속 모르는 척을 해야 될지 혼란을 겪는 경우도 있다.
좀 더 심각한 경우인 아빠가 엄마를 살해 했다던가 어머니나 아버지가 자살한 경우에는 특별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아동에게 진실을 이야기 하는 것이 과연 얼마만큼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논란은 자주 있어왔다. 특히 부모나 가까운 친지들의 의견은 가급적 애가 클 때까지 숨겨서 충격을 최소화 하자는 의견이 많은데 이럴 경우의 문제는 아동이 자라면서 어떤 형태로든지 점차적으로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됨으로써 과거에 하지 못했던 애도 뿐만이 아니라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던 가족들에게 대한 원망까지 소화해야 함으로써 많은 경우에 가족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지능 저하나 아스퍼거가 있는 아동의 경우에는 자신들이 하는 얘기가 상대방에 대해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잘 인식하지 못하므로 주위에서 보았을 때 이런 애도가 잘 안된다고 볼 수도 있다. 즉 자폐증이 있는 경우에 어머니의 죽음이 ‘자신에게 10시가 되면 꼭 밥을 주는 사람이 없어서 너무나 싫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 수가 있는데 이런 경우 나머지 가족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더욱 더 배가 되고 또한 당사자인 아동은 주변의 공격을 끌어들이는 결과를 낳게 된다.
또한 이러한 아동들은 주위의 상황을 정서적으로 잘 이해하지 못하므로 옆에서 자신들의 능력에 맞게 이런 상황을 이해 하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가 보았던 한 청소년은 어머니가 작년에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자신의 누나는 그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을 감추지 못하는데 자신은 어떠한 표정의 변화도 보이지 않는다. 이 청소년이 아스퍼거라서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서 슬픔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지 아니면 자신의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모자라서 그런지는 주변에서 자세히 관찰해 보아야 한다. 이런 부분에 대한 이해도 없이 섣불리 임상적 판단을 내리는 것은 차후에 우울증이나 행동 장애 등의 부작용을 일으키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오늘 이 애도 반응에서도 동·서양의 차이를 이야기 하게 되었는데 지금까지 칼럼을 연재해 오면서 아동·청소년의 성장과 제반 문제에 대해 이러한 문화적 관점을 꾸준하게 지적해 온 것 같다. 아쉽기도 하지만 재충전의 의미도 있고 무언가 좀 더 심화된 내용의 논의를 위해 당분가 연재를 쉬려는 계획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열심히 애독해 주신 독자님들께 감사드리며 언젠가 다시 지면 상에서 만나 뵙기를 기대하며 오늘 마지막 연재에 대한 인사로 대신한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 코리안위클리(http://www.koweekly.co.uk),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작성자
우이혁 정신과 전문의    기사 더보기
 플러스 광고
의견목록    [의견수 : 0]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청소년과 정신건강 2 자녀있는 가정의 행복 조건 2014.03.26
서로 위하고 사랑하고 신뢰하는 관계 우선돼야
청소년과 정신건강 1 ‘죽고 싶다’는 청소년은 과연 거짓말하는 것일까? 2014.03.12
힘겨운 청소년기 마음 다독여야 줘야
청소년과 정신건강 81 아동의 애도 반응에 대해서 2012.09.19
가까운 ‘친지의 죽음’ 아동·청소년에 상당한 충격
청소년과 정신건강 80 입양 아동 평가 후기 2012.08.15
환자를 있는 그대로 판단하는 것이 제일 중요
청소년과 정신건강 79 아동 보호란 어디까지 가야 되는 것인가? 2012.08.01
영국, 아동학대 의심되면 단호하게 조치 … 한국, 아동보호법 효과적 정착까지 갈 길 멀어
핫이슈 !!!
영국 재향군인회 송년 행사 개최    2021.11.23   
31일 서머타임 시작    2024.03.21   
찰스 국왕 새 지폐 6월부터 유통    2024.02.22   
찰스 3세 국왕 뉴몰든 첫 방문    2023.11.09   
해군 순항훈련전단, 런던한국학교서 문화공연 가져    2023.11.05   
찰스 국왕 새 지폐 6월부터 유..
31일 서머타임 시작
제 22대 국선 재외선거 신고·..
영국 차보험료 사상 최고 기록
넷플릭스의 웨스트 엔드 진출 의..
영국, 일회용 전자담배 판매 금..
영국 투자 부동산에 대한 세금..
‘한식 전파 프로젝트’를 시작합..
새로운 시작을 망설이고 있는 당..
영국 2월 집값 상승
포토뉴스
 프리미엄 광고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생활광고신청  |  정기구독신청  |  서비스/제휴문의  |  업체등록  |  이용약관  |  개인정보 보호정책
영국 대표 한인신문 코리안 위클리(The Korean Weekly)    Copyright (c) KBC Ltd. all rights reserved
Email : koweekly@koweekly.co.uk
Cavendish House, Cavendish Avenue, New Malden, Surrey, KT3 6QQ, 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