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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정신활동 중에서 수면의 역할을 생각해 본다는 것은 상당히 흥미 있는 일이다. 혹자는 수면이 정신활동이 쉬고 있는 상태라거나 다른 이는 또 다른 정신 할동을 준비하는 다소 능동적인 관점으로 생각한다는 것도 재미난 차이점이다. 능동적인 것이라는 것은 아마도 수면이 다른 정신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육체적 상태를 만들어 준다고 볼 수 있는데 즉 우리가 자고 있는 동안에는 근육(좀 더 정확히 말하면 수의근)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되면서 꿈꾸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꿈’은 오랜 세월 동안 인간에게 있어서 활발한 상상을 불러 일으켜 왔고 흥미롭게도 많은 사람들이 ‘꿈’을 수면활동에서만 생기는 현상이 아니라 깨어 있을 때의 생활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여겨 왔다. 예를 들어서 ‘꿈자리가 사납다’라고 이야기할 때는 우리가 자고 있을 때의 상황 보다는 실제 생활 속에서 ‘꿈’과의 관계를 연결짓는 좋은 예가 되겠다.
정신과 진료에서 수면과 꿈이 차지 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사실 정신과에는 ‘잠을 못잔다’라고 해서 오는 환자들은 있지만 ‘꿈’을 꾸지 못해 오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즉 꿈과 수면을 상당히 다른 것으로 분리해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신체가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 잠을 자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꿈을 꾸면서 정신적인 휴식 내지는 정화작용(?)을 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수면을 못한다는 것은 이러한 정신적인 휴식에 어마어마한 타격을 준다고 생각할 수 있다.
수면을 할 때는 사람들이 근육을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에 돌입한다. 이 말은 우리가 어떠한 파괴적이거나 파격적인 상상을 하더라도 행동으로 옮길 수가 없기 때문에 꿈을 꾸면서 여러가지 경험을 하고 감정적으로 느낄 수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꿈을 통해서 여러가지 대리 만족이 가능하다. 아무리 가난한 사람도 꿈에서는 백만장자가 될 수도 있고 꿈꾸는 상황을 실제상황과 비슷하게 오감을 통해서 느낄 수 있다. 마치 우리가 깨어있는 동안 백일몽에 빠져 있을 때 하는 여러가지를 상상하듯 좀 더 실제감을 느낄 수 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꿈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다. 실제로 많은 꿈들은 깨어났을 때 기억하지 못하며 어쩌면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당사자들을 당황시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좋을 수도 있다.
프로이드는 ‘꿈’이 인간의 무의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했고 실제로 우리에게 무의식이 있는 증거로서 ‘꿈’을 들기도 했다.
‘융’은 프로이드와 꿈에 대해서 여러가지 다른 견해를 발표했는데 그는 꿈에는 미래를 예지하는 능력이 있고 꿈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잘 듣고 생각해 보는 것이 우리의 정신적 성숙을 위해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맥락에서 ‘융’ 학파의 정신분석은 프로이드 학파보다 꿈에 대해 훨씬 많은 비중을 두고 있으며 실제 정신분석을 받을 때도 꿈을 가지고 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프로이드에게 있어서 꿈은 과거와 현재의 갈등이 투영되는 ‘극장’처럼 생각을 해서 무의식을 볼 수 있는 ‘왕도’로 여겼다. 그에게 꿈은 일상생활에서의 갈등이 여러가지로 각색되어 그러한 갈등이 줄어들거나 즉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역할을 한다고 여겼다. 예를 들어 직장 상사에게 몹시 야단을 맞고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이 꿈에서 자신이 어린 학생으로 나오고 학교 선생님이 수업을 진행하다가 자신의 무식이 탄로나서 그 학생에게서 창피를 당하는 꿈을 꾸었다고 하자. 꿈에서 자신이 분장한 그 학생은 학교 선생님이 곤란해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창피당하는 것을 보면서 몹시 통쾌하게 생각했고 선생으로서의 자질이 없다고 한탄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자신이 새로 입사한 회사에서 일처리를 제대로 못해서 선배 상사에게 욕을 먹고 자신이 회사에서 짤릴까봐 몹시 불안해 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하지만 꿈에서는 창피를 당하고 비난을 당한 것은 자신이 아니고 자신의 선생으로 분장한 자신의 상사였기 때문에 꿈을 꾸는 동안만은 자신의 이런 불안이 성공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잠을 자는 것은 신체적 휴식뿐 아니라
꿈을 꾸면서 정신적인 휴식 내지는
정화작용(?)을 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수면을 못한다는 것은
이러한 정신적인 휴식에 어마어마한
타격을 준다고 생각할 수 있다.
여기서 한가지 주목할 것은 ‘수면’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꿈’을 잘 각색할 필요가 있다. ‘꿈’을 너무 적나라하게 꾸는 경우에는 잠을 유지할 수가 없어서 자꾸 깨게 되고 궁긍적으로는 수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좋은 예로서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있다. 이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악몽을 꾸기 때문에 자주 깨고 결과적으로 수면부족에 시달리게 된다. ‘꿈’의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좋은 퀄리티의 ‘꿈’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병’이다.
앞서 말한 대로 ‘꿈’이 정신 작용의 휴식이 하니라 휴식을 위한 한가지 역할이라고 본다면 꿈을 만들어 내는 기능에 장애가 생기게 되면 우리 마음이 계속적인 스트레스에 휩싸이게 되고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이럴 때 꾸는 ‘악몽’은 제대로 된 ‘꿈’이 아니라고 볼 수가 있다. 즉 밥을 짓는 예를 들면 쌀을 씻어서 불에 올려 놓았는데 불이 약했든지 솥이 부실했든지 등등의 이유로 밥이 너무 설익어서 먹을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잠을 못자는 환자들에게 수면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이 수면제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편견이 있기도 하는데 대체로 부정적인 견해가 일반적이다. 그중에서도 보편적인 것이 ‘중독’된다는 것으로서 수면제를 일단 복용하게 되면 나중에는 약을 끊을 수가 없다는 두려움이 많이 있다. 어떤 분들은 상당히 유연한 태도를 가지고 너무 잠이 안오면 먹고 보통 때는 안 먹고 하는 자신이 컨트롤 하는 방식으로 복용하는 분이 있다. 이론적으로 보면 대개의 경우 약을 쓰는 것이 수면을 얕게 하기 때문에 수면의 퀄리티를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고 그런 면에서 장기적으로는 별로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소아들의 경우에는 ADHD나 아스퍼거 장애, 유사 자폐증을 가지고 있는 많은 아동들이 불규칙한 수면 패턴을 가지고 있으며 대개의 부모들은 낮에도 밤에도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최근에는 멜라토닌이라는 몸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을 알약으로 만든 것이 있는데 의외로 좋은 효과를 보고 있는 경우가 많고 이 약은 성인에서는 시차적응 문제로 수면 장애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복용하기도 한다.
청소년의 경우에는 대개가 수면을 늦게 취하는데 꼭 생리적인 현상이라기 보다는 심리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고 있기 때문에 ‘생각’이 많다 보니까 잠이 부족해진다. 하지만 최근엔 청소년 시기에도 활발한 뇌신경들이 재배치되는 과정을 겪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심리적인 것 뿐만이 아니라 생리적으로도 ‘사춘기’에는 잠이 불규직해진다고 볼 수 있다.
나이가 들면 잠이 줄어 드는 것이 일반적인데 상당히 많은 환자들이 힘들어 하는 현상 중의 하나다. 이 경우 우울증이 있는 분들은 가뜩이나 외롭게 느끼는데 잠을 못자기 때문에 잡생각이 많아지고 부정적인 생각에 휩싸이면서 자살 충동이 생기기도 한다. ‘우울증’은 수면 부족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정신과 질환중의 하나인데 약을 먹어도 빨리 좋아지지 않고 가장 나중에 호전되는 증상 중의 하나이다. 대개 우울증이 호전된 분들은 수면 패턴이 안정되면서 마음이 훨씬 가벼워지고 잠자는 것이 순기능으로 작용을 하면서 정상적인 정신 활동을 영위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이처럼 수면과 꿈은 서로 밀접한 연관이 있으면서도 조금은 다른 정신 작용 중의 하나이다. 우리의 마음상태가 깨어 있는 생활 뿐만이 아니라 자고 있는 상황에서도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상당히 놀랄 일이며 우리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때에 있어서도 한번은 주의깊게 돌아볼 부분 중의 하나이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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