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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의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은 저절로 형성되는 것은 아니고 학습과 경험을 통해서 습득되는 과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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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심정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사회생활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요소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못하는 것은 사회 생활을 할 수 없다는 뜻이고 또 그러한 배려를 하기 위해서는 남의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런 능력은 저절로 형성되는 것은 아니고 학습과 경험을 통해서 습득되는 과정이다.
인간의 마음이 태어났을 때 과연 어느 정도의 기능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연구는 여러가지로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아무도 태어났을 때의 마음 상태를 기억할 수 없기 때문에 여전히 이 부분은 과학의 미답지로 남아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직접적인 유아 관찰이나 인위적인 장치를 가미한 실험 등을 통해서 조금씩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생성되는지에 대해서 알게 됐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는 이전에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르게 갓 태어난 유아라 하더라도 전혀 흰 도화지 처럼 ‘백지’ 상태가 아니라 어느 정도 준비된 상태로 태어난다는 것을 알려 준다. 예를 들어서 갓 태어난 포유류 동물들은 태어나자마자 엄마를 찾고 엄마 젖을 무는 행위들이 막연하게 나마 ‘대상’의 존재에 대해서 인식하고 있고 그 대상이 자기에게 ‘삶’을 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대상을 찾아 다닌다.
그렇지만 이 당시의 마음은 아직은 자신과 외부 세계가 구분이 되지 않고 조그마한 좌절에도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두려움을 가지기 때문에 충분히 성장할 때 까지는 외부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다른 ‘마음’이 있어야 한다. 즉 유아는 어머니가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받아주고 이해를 해 줌으로서 따로 떨어진 자신의 마음을 발전시킬 수가 있다.
하지만 어머니가 유아의 마음을 성장시키는 과정이 어떤 이유를 통해서든 방해를 받을 경우 그 유아의 마음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일그러 지게 되고 이러한 장애가 앞으로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쳐서 성숙된 인격체를 형성하는데 지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때로는 어머니 내면에서의 문제가 이 과정을 방해하기도 하고 아버지가 제대로 역할을 못할 때 광벙위하게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엄마도 아빠도 사람인지라 이러한 영향을 100% 없게 할 수는 없다. 오히려 부모가 자신들이 양육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맞다는 확신을 가지는 것이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차라리 아이들이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의 내면적인 갈등으로 인해서 아주 어린 시절의 갓난 아이 때부터 자녀들이 부모 모르게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기 위해서는 부모 스스로 자신을 되돌아 보는 능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이러한 자신을 돌아보는 능력(Reflective function)이 결여된 부모들이 아동의 인격성장을 더디게 하고 굴절시키게 된다.
또한 이렇게 하는 부모는 그 자신들의 부모들에게서 좋은 도움을 받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사실을 보면 자녀의 문제는 그 자녀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몇 대를 거쳐 내려 오면서 형성된 집안 전체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앞서 설명한 마인드 리딩은 결국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집안 전체 아니 사회전체의 문제다. 부모들이 직장 생활을 할 때도 자신의 마음이 제대로 돌봐지는 경험을 하지 못한다면 자녀들을 양육할 때도 자녀들의 마음을 성숙시키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불행히도 최근의 동향은 자녀들의 어려움은 아동 개인이나 부모들의 역할 부재로 치부하는 경향이 많고 ‘우리’들의 문제라기 보다는 개인적인 문제라고 안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마인드 리딩이 안되면 고집이 세고 자신의 지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할 뿐 아니라 나와 남이 다르다는 점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외골수적이고 폭력적이 되는 경향이 많다. 이처럼 어쩌면 우리가 성숙된다는 것이 이러한 마음의 발달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임상적으로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받은 아동들이 기본적으로 이러한 마인드 리딩이 안되어서 여러가지 문제가 생긴다. 하지만 마인드 리딩을 못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러한 기능을 사용하지 않고 자신이 마치 다른 사람의 마음을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것은 결핍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다. 심한 행동장애나 범죄자들은 자신이 이러한 부분에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의 괴로움을 무시하고 자신은 그런 것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살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보면 인간의 뇌는 태어나기 전에 대부분의 회로가 정해져 있는 것처럼 느끼지만 실제로 어떤 회로는 태어나고 나서 생후 일년 까지 활발하게 변화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이것 중의 하나가 사회성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즉 애기가 태어나고 나서 엄마가 애기에게 활발한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아동의 마음 성장을 촉진시키고 마치 그 이후에는 체질처럼 평생 지켜나갈 수 있는 기초체력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환경적 요인이지만 아주 어린 시절의 환경은 개개인의 기본적 뇌 회로 패턴을 결정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생물학적 요인 못지 않게 중요한 환경적 요인을 제공한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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