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위클리 1000호 발행을 축하하며
세상은 이제 수로서 말한다. 컴퓨터는 0와 1의 2진법 조합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다. 1로서 시작되는 작은 움직임이 10이 되고 100이 된다. 그럴 땐 사람들은 뭔가 다른 느낌을 갖게 되고 이게 다시 1000이란 수치에 달하면 이미 경이적이라고 표현한다.
1000이란 숫자는 일단 적지 않은 수치이다. 그 수치가 무엇을 의미 하든 간에 일단 큰 금자탑을 이룬 업적을 대변한다. 삼국통일을 한 신라의 문화가 대대로 영향을 미친 것도 바로 1천년에 이른 사직 때문이리라.
해외에서 언론이 지령 1000호를 맞는다는 것도 비슷한 이유로 존경받아야 한다. 워낙 환경이 척박한 탓에 굳은 의지와 사명으로 출발해도 모진 현실의 풍파를 견디기가 어렵다. 많은 언론이 새로 생기고 문닫고 하면서 전통성이 희박한 것도 바로 녹녹치 않은 여건 탓이다.
영국의 산 역사가 되었다
이제 코리안위클리는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영국의 한인 역사가 되었다. 만약 창간호를 가진 분이 있다면 이는 역사성과 존귀함으로 경매시장에 내 놓아도 제대로 값을 받을 것이다. 골동품이란 원래 실용적 가치가 아닌 시간적 가치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20년 성상을 버틴 언론은 그 자체가 이제 유물이자 앤틱이 된다.
또한 매번 다른 뉴스와 광고가 게재되었으니 뒤돌아보면 당시의 상품과 회사도 알게 되고 유행과 시대상도 가늠할 수 있다. 70년대 한국의 맛동산 과자나 음료 오란C와 같은 광고물이나 선전문구는 지금 봐도 재미나지 않는가?
당시 영국의 한인사회를 한 눈으로 조감하고 싶다면 코리안위클리를 들춰보면 될 것이다. 이민은 어떻게 이루어졌고 한인사회는 어느 방향으로 흘러왔으며 관심사는 무엇이었나를 바로 알게 한다. 한 시대의 가치관이 그대로 녹아 있으니 그게 바로 이민사회이며 역사인 것이다. 현재 신정훈 대표가 경영하는 코리안위클리는 지령 1000호를 맞아 한 단계 더 성숙할 것임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일반적으로 해외 동포언론이 자체 생산 기사 외에 한국의 기사나 세계의 뉴스를 다룰 땐 그냥 타 신문의 기사를 전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코리안위클리는 한국의 통신사 연합뉴스와 정식 제휴하여 기사료를 지불하고 게재했다. 흔치 않는 일인데 이는 발행인의 신념과 양심에 근거한 이례적인 일에 속한다.
당당하고 떳떳하게 기사를 사용하니 신문 전체의 분위기가 달라짐은 당연한 일이다. 한마디로 꺼림직한 일이 전혀 없고 부끄러울 일도 없다. 이런 자신감은 언론사 내부에도 확산되어 직원들의 어깨도 펴지고 광고주들에게도 정당한 거래를 하게 된다.
지령 1000호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또 미래를 향해 새로운 항해를 해 나갈 것이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잇는 영국 최고最古, 최신의 신문으로 거듭날 것도 기대한다.
정 채 환
LA 코리아나 뉴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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