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 사건·사고마다 자리 지켜
겸손과 섬김으로 성숙한 사회 이끄는 언론 역할해야 1999년 어느 날 나의 눈을 깜짝 놀라게 한 일이 있었다. 한국에서나 볼 수 있던 한글로 된 신문을 영국에서 보게 된 것이다. 신문이 화려하거나 대단한 기사거리들은 아니었지만 명절이 되면 할머니가 들고 오신 보따리를 궁금함과 기대감으로 풀었던 것처럼 즐거움을 주었다. 그때부터 벌써 10여 년이 넘었으니 나와 함께 나이 들어가는 친구가 된 것 같다.
성공회 교구목사로 사역하는 동안 코리안위클리도 참 바빴던 것으로 기억난다.
Third Report(제3자 신고제), 킹스톤카운슬과 런던경찰청이 공동으로 주관했던 직업설명회, 지역주민회의, 기타 사건 사고가 터질 때 마다 카운슬과 경찰서로 코리안위클리는 누가 초청을 하지 않아도 꼭 그 자리에 있었다. 좀 귀찮은 친구라고나 할까.
영국교민들의 입과 귀, 마음의 친구가 되어준 것을 진심으로 감사한다.
코리안위클리로부터 1000호 기념 글을 부탁 받았을 때 나의 마음을 기쁘게 한 것이 있었다.
코리안위클리는 축하 글이 아니라 충고를 부탁했다. 더 좋은 신문을 만들기 위해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개선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자 하는 진심 어린 마음이었다.
1000호를 이어오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많지 않은 한인 숫자를 감안한다면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하 보다는 충고를 부탁하는 말속에서 겸손함이 느껴졌다. 이 시대는 충고보다는 칭찬을 좋아하지 않는가? 충고가 칭찬의 삶을 만든다는 것을 혹 코리안 위클리는 알아차렸을까. 어쨌든 겸손과 섬김이 상실되어가는 시대에 언론의 겸손과 섬김은 사회를 성숙으로 이끌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숨가쁘게 달려온 1000호의 경험을 살려
재영한인들의 삶 이야기가 있는 신문,
한인회를 부지런히 움직이게 하는 신문,
의사소통을 위한 공간이 되길 기대한다.
이런 점에서 몇 가지 부탁을 하려고 한다.
첫째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었으면 한다.
재영 한인들의 삶 그 자체가 인생역전이다. 타국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는 우리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눈물에서 나오는 감동, 고생 속에서 얻은 진리, 고통 속에서 찾는 삶의 가치 이보다 더 좋은 기사거리는 세상에 없을 줄로 안다. 사람들의 이야기는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다. 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재영 한인사회가 따뜻해지기를 바란다.
둘째로, 재영 한인회를 움직이게 하는 신문이 되기를 바란다.
한인들이 벌써 수 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인회가 무엇을 하는지 모른다.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계획이 있는지, 영국사회에 한인사회를 어떻게 대변하고 있는지, 어떤 발전을 꾀하고 있는지 우리는 듣지 못한다. 그래서 한인회와 한인은 크게 상관없는 듯하다. 코리안위클리가 ‘답’이라고 생각한다. 한인회가 한인사회를 위한 일꾼이 되도록 부지런하게 만들며 또한 영국사회에서 우리의 권리를 찾아줄 수 있도록 이끌어주기 바란다.
셋째로, 의사소통을 위한 공간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
한인사회가 의도하지 않게 여러 그룹으로 형성되어 있다. 교민, 주재원, 학생 분리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초콜릿처럼 분명해서 좋아할런지 모른다. 불행한 일이다. 한국사람들끼리 잘 해보자는 것이 아니다. 잘 살 수 있도록 서로 이해하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말이다. 서로에게 있는 어려움, 고민을 나누며 협력하고 도움을 주는 따듯한 이웃사랑이 있도록 노력해 주기 바란다.
숨가쁘게 달려온 지난 1000호를 경험으로 더욱 성숙한 한인사회가 되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부탁한다. 마지막으로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건전한 신문이 되기 위해 노력해온 코리안위클리에 큰 박수를 보낸다.
이 석 희 주님의 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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