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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의 실체와 영국 정부의 대응
코리안위클리  2012/05/09, 06:48:28   
4년전 한국 사회를 강타한 촛불시위를 불러온 광우병(BSE) 사태나 2년전 미국에서 일본 도요다 자동차의 리콜 사태는 치열한 기업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계점까지 생산비를 절감하는 과정에서 나타났습니다. 위기관리의 초기대응 실패 혹은 사실보도라는 언론의 역할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아 한국 사회나 도요다 자동차에 막대한 손실을 끼친 사례이기도 합니다.
미국 지식인들은 이미 1980년대에 중국인들이 자동차와 냉장고를 소유하고, 인도인들이 화장지를 쓰기 시작하면 지구상의 자원이 빠른 속도로 고갈되어, 미래 인류 생존을 위협할 것으로 전망했었습니다.
지난 1974년 40억명을 돌파한 세계인구가 1987년에 50억명을 넘어서면서 급증하는 인구증가에 따라 사람들이 먹고 살 곡물이나 육류 등 식량 부족문제의 해결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시대적 현안 과제가 되었습니다.
인구급증과 사람들의 육류 소비 증가에 대응하여, 소 사육을 늘리는 한편 생산비 절감을 위해 도축소의 폐기물을 이용한 동물성 사료를 소에게 다시 먹이기 시작한 영국에서 광우병이 첫 발생한 것은 1986년입니다.
영국의 광우병 발생은 1992년에 3만7000건을 피크로 감소하는데 2006년까지 총 18만 3000여건이 발생하였으며, 영국인 163명이 사망하였습니다. 이는 전 세계 광우병 사망자의 96%에 달했는데, 영국이 광우병의 원조이며, 그만큼 피해도 컷습니다.

영국 정부, 공개적이고 투명한 행정 통해
신뢰회복 위한 국민과의 의사소통 강화

1990년도에 더 타임즈 등 언론들이 광우병의 인간전염 가능성을 보도했으나, 당시 보수당 검머 농림부 장관은 언론이 광우병의 위험을 과장 보도한다며, 딸과 함께 BBC에 출연해 쇠고기 버거를 먹는 장면을 보여주기도 했었습니다.
영국에서 1995년 인간광우병 첫 사망자(18세)가 발견된 상황임에도, 당시 집권 보수당 보건부장관은 1996년 1월 광우병이 인간 광우병(vCJD)을 일으킨다는 증거가 없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육류업계는 ‘쇠고기 안전’ 광고 캠페인을 실시하였습니다.
1990년대 중반 영국내 인간광우병 환자가 80명 발병(28명 사망)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보수당 정부는 1996년 3월에 처음으로 광우병이 인간광우병으로 발병될 수 있다는 발표를 합니다. 1997년 총선에서 보수당 정부는 대패하고, 40대 블레어 총리의 노동당이 집권하여 광우병 문제에 적극 대처하게 됩니다.
이후 영국과 유럽, 미국 등에서는 도축소 폐기물을 이용한 사료 생산이 금지되었으며, 영국 정부도 EU국가와 함께 쇠고기 수출시 인체에 광우병 전염가능성이 있는 모든 위험물질(SRM)을 제거토록 함에 따라 광우병 발생은 급격히 축소되었습니다.
광우병은 발생건수나 인간광우병 사망자 수를 볼 때 특히 영국인들에게 큰 재앙이 되었습니다. 2000년 블레어 정부가 발표한 ‘광우병 원인규명과 대책’에 관한 청문보고서(BSE Inquiry)에 따르면, 1986-2000년간 17만 마리의 소가 광우병에 걸렸으며, 470만 마리의 소가 도살되어 태워지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보았습니다.
블레어 총리는 2002년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식품기준청(FSA, 직원 600명)를 신설하고, 공개적이고 투명한 행정을 통해 식품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회복을 위한 국민과의 의사소통을 강화하였습니다.
현재 영국 정부는 아직도 모든 쇠고기의 광우병 감염방지를 100% 보장은 못 한다는 공식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2007년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 영국 국민들의 광우병에 대한 우려와 관심의 정도는 2000년 61%에서 2007년 20%로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기간중 식품기준청에 대한 국민신뢰도는 48%에서 62%로 크게 증가하였습니다. 현재 영국에서 식품관련 사망자는 2006년 700명인데, 그중 식중독 사망자가 500여명으로 식중독에 국민들의 관심과 우려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OECD 국가 광우병 대책 실태조사 착수하고
그 과정이 언론과 시민단체에 공개되어야

2006년 EU가 영국 쇠고기 수출금지를 해제한 이후, 영국 쇠고기에 대한 거부감은 많이 사라졌습니다. 2008년 4월 식품기준청이 광우병 오염물질을 제거후 판매할 수 있는 소의 연령을 24개월에서 30개월로 완화하는 조치를 발표했으나, 국민들로부터 비판의 소리는 적었습니다.
블레어 정부의 청문보고서에 따르면 보수당 정부가 광우병 발생 초기 인간광우병을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정치 않고, 국민들의 공포심과 유언비어 방지에만 사로잡혀 국민과의 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해 광우병 사태를 장기간 확대되도록 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미국 쇠고기 수입개방 관련 MBC보도로 촉발된 한국 촛불사태를 보는 영국 식품안전부서의 시각은 광우병 관련 위기 발생시 당시 이명박 정부가 보다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국민과의 의사소통을 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 출범과 동시 국정홍보처가 해체되면서, 당시 광우병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을 덜어주기 위한 대국민 홍보대책이 전무했다는 점을 참고해야 합니다.
우선 미국뿐 아니라 영국, 일본 등 OECD국가들의 광우병 대책을 철저히 조사하여, 우리 정부의 대책에 미진한 점은 없는지 파악하여 국민들에게 보고하는 것이 대국민 소통의 첫 걸음입니다.
이를 위해 조속히 광우병 종합대책보고서를 작성하고 정부와 민간전문가 합동 TF팀을 구성해 OECD 국가 광우병 대책 실태조사에 착수하고, 그 과정이 언론과 시민단체에 공개되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우리 한우 쇠고기의 대미수출 협상을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지난 수십년간 한미 정부의 협상테이블에서 미국 쇠고기의 한국내 반입 및 검역 절차만 논의했지, 한우 쇠고기의 미국내 반입 및 검역절차는 전혀 논의조차 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우리는 쇠고기 협상시 미국 쇠고기 수입시 우리 축산업에 미치는 피해액만 산정하느라, 일본 와규가 뉴욕 레스토랑에서 비싸게 팔리는 동안 맛 있고 질 좋은 한우를 미국에 수출할 생각을 못 했습니다. 이제 조속히 한우 쇠고기 대미수출 협상에 착수하여 한미 쇠고기 교역에서 반쪽에 불과한 우리의 주권을 완전히 되찾아오도록 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글쓴이 정 인 준

(주)문화은행 고문
전 주영국한국대사관 공보관 (2005-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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