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로 받는 유학생·상사 주재원들 이중고 시달려
EU 조사에 따르면, 유로 도입 이후 물건값이 올라 오히려 유럽의 소비자들한테 불리해졌다고 생각하는 유럽인이 100명 중 89명꼴이나 됐다. 유로를 자국 통화로 사용하는 것이 행복한가라는 물음에 대해서 “그렇다”고 응답한 유럽인은 67%(2002년 1월)에서 47%(2003년 11월)로 급감했다.
최근에는 미 달러에 비해 유로화 가치가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자, ‘달러 약세·유로 강세’의 구도가 유럽 수출기업들에 타격을 입혀 경제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에서 생활비를 송금받아 생활하는 이곳 한국 유학생이나 체재비를 달러화로 받는 상사 주재원들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1유로당 1300원대이던 유로 환율이 지난 두 달 새 1500원대로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한국 돈으로 환산한 물가는 엄청나다. 요즘 파리의 한국식당에서 공깃밥 한 그릇은 4천500~6천원(3~4유로),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는 한 그릇에 2만2천원(15유로)도 넘는다. 이곳 유학생 사회에선 “제2의 IMF위기”라는 말까지 나온다.
유로가 사용된 후 유럽 국경마다 포진해있던 환전소가 사라지고, 국경을 넘나들며 돈 쓰기가 편해진 탓에 ‘이웃나라 쇼핑’이 늘어나는 등의 긍정적 변화도 생겼다.
하지만 유로가 유럽 각국의 장벽을 낮춰 물가를 안정시키고, 경제의 활력소가 될 것이라던 장밋빛 이상이 현실로 실현되자면 아직도 한참이나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