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에서 5개의 훈장을 탄 존 케리 미 민주당 후보의 공적을 둘러싼 논란이 공화·민주 양쪽의 사활을 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공화당에선 22일 2차대전 참전용사인 밥 돌 전 대선 후보가 나서 케리의 태도를 강하게 비난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 쪽은 이날부터 조지 부시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텔레비전 광고를 내보내는 등 반격에 나섰다.
◇확산되는 공방=밥 돌 전 공화당 대선 후보는 22일 <CNN>방송에 출연해 “하루는 자신이 양민을 쐈고 그들의 귀를 잘랐다며 훈장을 던져버린 사람이 그 다음날엔 ‘나는 베트남 참전용사이므로 대통령이 되길 원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며 “케리는 250만 참전용사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에선 존 에드워즈 부통령 후보가 나서 “부시 대통령은 이제 케리를 비난하는 광고를 끝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케리 캠프는 이날부터 부시를 직접 비난하는 네거티브광고를 급히 내보냈다. 케리 쪽은 이 광고에서 “부시는 4년 전에 (베트남 참전용사로 공화당 예비선거에 출마했던) 존 매케인을 먹칠했다.
지금은 케리에게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논란의 핵심=가장 첨예한 논란거리는 1969년 3월13일 케리가 청동무공훈장을 탔던 메콩강에서의 상황이다. 당시 강에서 순찰정을 지휘했던 케리는 빗발치는 총탄을 뚫고 물에 빠진 특수부대원 짐 래스먼을 구한 공로로 훈장을 탔다.
그러나 다른 순찰정을 탔던 일부 군인들이 “당시 전투가 없었고 심지어 케리는 달아나기까지 했다”며 전공이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다른 순찰정의 지휘관으로 역시 청동무공훈장을 탔던 래리 설로우는 “나는 단 한발의 총성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조지 부시 대통령과도 친분이 있는 공화당 재력가의 후원으로 이런 내용을 텔레비전 광고로 내보내고 있다. 부시 진영은 “이 광고가 우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누가 옳은가=35년 전 상황을 정확히 가리긴 어렵지만, 언론들은 대체로 케리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래리 설로우의 당시 자술서를 입수해 “설로우 역시 당시엔 적의 총탄이 쏟아졌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시카고트리뷴>은 다른 순찰정의 지휘관이었고 지금은 자사 사회부장인 윌리엄 루드의 기고문을 지난 21일치 1면에 실었다. 루드는 이 기고문에서 케리가 은성훈장을 탔던 1969년 2월28일의 전투과정을 설명하면서 “케리는 용감히 싸웠다.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실 여부에 상관없이 이런 공방 자체가 케리의 신뢰성에 흠집을 내고 있다는 게 케리 진영의 고민이다. 공화당이 언론의 비판에도 공세를 늦추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뉴욕타임스>는 “케리에겐 지금이 선거운동의 위험한 고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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