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유조선 침몰 피해 - 최악의 환경 재앙]
해안 2백여km 기름오염…해조류 몰살
중유 7만7천t을 싣고 스페인 근해를 지나던 바하마 선적의 4만2천t급 유조선 프레스티지호가 조난 5일만인 19일 두 동강난 채 침몰해 최악의 해양오염 사고가 우려되고 있다.
선령 26년의 프레스티지호는 14일 갈리시아 해안에서 약 250㎞ 떨어진 곳에서 태풍을 만나 선체에 균열이 생기면서 중유를 유출하기 시작해 이날 3.5㎞ 깊이의 바다 밑으로 가라앉기까지 모두 1만t을 유출했다.
유출된 기름으로 수려한 경관과 다양한 야생동물의 서식지로 유명한 갈리시아 해안의 바위 해변 200㎞ 일대가 시커먼 기름으로 뒤덮여 근처의 갈매기, 게, 해조류 등 수많은 해양생물이 몰살했다.
동강난 선체에서 나머지 중유가 모두 유출될 경우 1989년 알래스카 근해에서 좌초된 *엑슨 발데스호가 유출했던 원유보다 2배나 많아 최악의 해양오염사고가 우려된다. 게다가 연료용 중유는 원유보다 독성이 더 강하며 정화작업도 훨씬 어렵다. 원유는 바다에 유출돼 흩어지지만 연료용 중유는 녹은 아스팔트처럼 진득진득하고 커다란 덩어리로 변하기 때문.
다만 구조대는 기름이 배의 잔해에 갇혀 바다 밑으로 가라앉을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환경전문가들은 “결국 유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류, 산호, 기타 해양생물 등 환경에 계속 위협이 될 것”이라며 경고했다.
■ 엑슨 발데스호 사건
1989년 3월 엑슨 발데스호는 알래스카의 프린스윌리엄사운드 해안에서 암초에 부딪혀 좌초됐다. 이때 유출된 4만t의 원유가 1천6백㎞의 알래스카 해안을 덮어 그 해 여름 1만1천명의 인원이 청소작업에 동원됐으며 30억∼150억달러에 달하는 환경피해를 보았다. 또 수십만마리의 물고기와 바닷새, 수천마리의 해달 등이 폐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프레스티지호에서 유출된 기름이 몰려온 스페인 북부 카멜 해안에서 인부가 오염제거 작업에 나서고 있다.
피해액 510억원 달할듯
19일 스페인 서부 갈리시아 해안에 침몰한 프레스티지호의 해양오염 방재 작업에 나서고 있는 스페인 당국은 배에 남아 있는 기름 대부분이 3.5㎞ 해저의 낮은 수온 때문에 딱딱하게 굳어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통신이 21일 보도했다.
스페인 정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유출된 기름 1만여t 가운데 250t만 제거된 상태. 복구에 소요될 기간과 자금은 최소 6개월에 4천2백만달러(약 51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유조선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유럽해운안전국 설치를 가속화할 예정이라고 방송이 보도했다.
2015년까지 단계적으로 철폐하도록 돼 있는 단일선체형 유조선 규제 시한을 앞당겨야 한다는 것. 단일선체형은 선박 외피가 한 겹으로, 사고시 기름유출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