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에비앙 G8(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회담은 한마디로 미국을 위한 잔치였다.
이목이 집중된 것은 단연 미국-프랑스 정상회담이었다. 개별회담을 마친 뒤 양국 정상은 서로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또다시 친구가 됐다는 사실을 과시했으나 부시 대통령이 시라크 대통령의 어깨를 힘차게 두드렸다면 시라크는 친구 아들 부시의 어깨에 손가락을 가볍게 올려놨을 뿐이었다.
반전 진영에 섰던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와 캐나다의 장 크레티앵 총리, 스위스의 파스칼 쿠슈팽 대통령 역시 부시 대통령의 눈치를 보느라 바빴다.
관용은 역시 힘센 자의 몫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취재진을 향해 “우리 사이에 이견(disagreement)이 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우리 서로가 마음에 안 드는(disagreeable) 사이가 돼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의 관용은 공짜가 아니었다. 장거리 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에 히스테리적 증세를 보이는 미국은 그러한 무기들의 수출과 확산을 막을 국제법적 근거를 마련하길 바랐고 그것을 G8 지도자들에게 요구했다.
G8 정상들은 구체적으로 미국이 이제는 위험이 제거된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지목한 북한과 이란을 구체적으로 거명하며 대량살상무기에 대해 경고함으로써 이에 답했다. 미국과 유럽의 화해가 이뤄진 순간이었다.
이번 G8 회담이 재확인한 것은 냉엄한 국제정치의 현실로 유럽은 미국이 원하는 조건 아래서만 미국에 환영받을 뿐이라는 사실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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