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회식 100% 참석대기업에 다니는 조모씨(32)는 최근 마케팅 관련 업무에서 중장기 프로젝트를 위한 자료 분석 업무를 하게 됐다. 조씨는 “따분한 업무지만 불만스러운 티는 낼 수 없다”며 “요즘 같은 불경기에 자리라도 없어지면 큰일”이라고 말했다.
유명 인터넷 포털업체에서 근무하는 류모씨(35)는 지난주에 이어 ‘금요일 회식’을 했다. “2년 전만 해도 주5일제에서 금요일 회식은 금기 사항이었다”면서 “지금은 팀원 누구도 금요일 회식에 고개를 가로젓지 않는다”고 말했다.
젊은 직장인들이 움츠러들고 있다. 경기불황 속에 고용불안이 이어지면서 종전 개인적이고 자유분방한 모습에서 말 잘 듣고 눈치보는 ‘순한 양’이 돼 가고 있는 것이다.
동료 지각 거짓 변명외국계 컨설팅 회사를 다니는 서모씨(27·여)는 “지각 출근하는 동료가 있으면 컴퓨터 켜주고 자리를 흩트려놓은 뒤 상사에게는 ‘잠깐 화장실 갔다’고 말해준다”며 “일종의 품앗이”라고 말했다. 서씨는 “예전 같으면 다른 직장으로 옮기는 데 부담이 안됐지만 요즘엔 갈 데가 없으니 어떻게든 붙어 있어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정보기술업체에 다니는 주모씨(35)는 “과거엔 업무시간에 잠깐 이발소도 다녀오고 했지만, 지금은 아파도 웬만하면 퇴근 뒤에 야간진료 하는 병원으로 간다”고 말했다.
고용이 불안하다 보니 ‘충성 경쟁’도 치열하다. 외국계 제조업체에 다니는 김모씨(29)는 “과잉 충성하는 비정규직 인턴들이 껄끄럽다”고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정규직을 원하는 인턴들은 회식자리에 끝까지 남아 있는 것은 물론 온몸을 던져 회식 분위기를 띄운다고 한다. 근무시간에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것은 기본이다.
상사에 아부·충성경쟁취업정보제공업체 인크루트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80.1%가 ‘불황과 경기침체로 직장에서 비굴하고 민망한 행동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비굴한 행동으로는 회의시간에 무조건 ‘예스’라고 맞장구를 치거나, “팀장님 없으면 사무실이 안 돌아가요”라면서 아부하기, 굳이 보고하지 않아도 될 일을 일일이 브리핑하는 일이 꼽혔다.
통신업체에 다니는 신모씨(35)는 “식사 뒤 커피를 마셔도 예전에는 팀장이 커피값을 냈는데 요즘엔 서로 내려고 경쟁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