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물 트렌드 바뀌고 거래 끊겨 ‘개점휴업’ ‘금 최고가 매입’, 요즘 서울 종로 일대의 귀금속전문점(금은방) 유리창에는 금을 매입한다는 전단지가 곳곳에 붙어 있다. 금값이 연일 무섭게 치솟자 금을 사겠다는 귀금속전문점들이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막상 장롱 속 금을 들고 나오는 손님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종로2가에서 10년째 귀금속전문점을 운영해 온 김일환(38)씨는 6일 “지금은 금을 사려는 사람도 없고, 팔려는 사람도 없다”며 “일거리가 없어 일시적으로 문을 닫는 업체도 많다”고 말했다. 금값이 연일 고공행진을 하고 있지만 거래는 오히려 줄어 종로 일대 귀금속전문점들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 매출이 30~40%나 줄어 개점휴업 상태거나 아예 문을 닫은 곳도 여럿이다. 팔 사람은 이미 대부분 처분했고, 금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심리가 팽배해 있는 것도 거래가 안 되는 이유다.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가 공시하는 국내 금값은 6일 현재 한 돈(3.75g)에 18만7000원으로 지난 8월말(17만5000원)과 비교하면 1만2000원 올랐다.
뛰는 금값은 액세서리 구매와 혼수 문화도 바꾸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 8~10월 3개월 동안 30만~60만원대의 ‘파인주얼리(금 장신구)’ 매출은 2.5% 감소한 반면, 7만~20만원대의 ‘커스텀주얼리(은·크리스털 장신구)’ 판매는 13.5% 늘었다. 예물 전문업체인 골든듀 관계자는 “금값에 부담을 느낀 예비부부들이 커플링만 맞추거나 저렴한 상품 여러 개를 장만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금을 둘러싼 범죄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10월 중순 인천공항에서는 구리덩어리를 금괴로 둔갑시켜 들여오려던 일당이 세관에 적발됐다. 또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금니 등 1억2000만원 상당의 금을 훔쳐 달아나던 도둑을 잡기도 했다.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