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력 있는 아이 4∼5명씩 그룹, 수업·식사·생일파티 등 끼리끼리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살고 있는 김재준(가명·6)군의 친구는 3명이다. 매일 오전 9시 영어 유치원에서 만나 오후 늦게 학원에서 헤어질 때까지 김군을 포함한 4명은 항상 함께한다. 영어 수업을 들을 때도, 밥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다. 교사가 “다른 친구와도 어울려 지내야지”라고 권유해도 김군은 다른 아이들에게 선뜻 눈길을 주지 않는다. 4명은 각자의 어머니가 정해준 ‘짝꿍’이다.
서울 강남 최고급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의 어머니를 중심으로 짝짓기가 성행이다. 집안의 경제적 수준이나 아버지의 사회적 지위가 비슷한 아이 4∼5명을 엮어 함께 생활하도록 한 것이다. 어머니들은 ‘폐쇄적 모임’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최고의 인재가 될 것을 꿈꾸며 정보를 나누고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이 모임 어머니들은 아이의 매니저와 다름없다. 직업을 갖지 않은 채 아이에게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학업에서 친구 관계까지 좌지우지한다. 짝꿍을 정할 때 아이 생각은 고려사항이 아니다.
아이의 하루는 매니저인 어머니 계획에 따라 시작되고 끝난다. 어머니들은 같은 모임에 속한 아이들과 유치원을 같이 가도록 약속을 정한다. 유치원 수업이 끝난 뒤에는 짝꿍들과 함께 수영, 골프 학원 등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시간표를 짠다.
주부 조모(34)씨는 아들(5)을 청담동 영어 유치원에 보내고 있다. 한 달 등록금은 150만원. 유치원 비용으로만 1년에 1800만원을 쓴다. 올해 국립대학의 두 학기 평균 등록금 416만원의 4배가 넘지만 조씨는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곳에서 아이의 짝꿍 모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액수보다 중요한 것은 괜찮은 짝꿍을 만나게 하는 것”이라며 “아이들이 잘 자라 각자 최고의 자리에서 서로 밀어주고 끌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짝꿍 모임의 어머니들은 1주일에 2∼4번씩 모여 정보를 교환한다. 최대 관심사는 유명 사립 초등학교 진학이다. 어느 초등학교에 보내는 게 아이를 위해 좋은지, 그 학교에 주로 오는 아이들 수준은 어떤지 등을 고민한다. 중학교나 고등학교 진학 정보, 유학·어학연수 정보도 공유하며 함께 움직인다.
모임에 끼지 못한 아이에게는 배타적이다. 모임에 속하지 않은 아이의 생일 파티는 여러 조건을 따져 참석 여부를 결정한다. 주부 박모(32)씨는 “짝꿍 모자 모임을 자주 갖는 게 더 생산적이다. 모임 구성원이 아닌 아이의 생일 파티 등에 참석하지 못하게 한다”고 말했다.
강남의 한 유치원 원장은 “원생이 모두 90여명인데 짝꿍 모임은 20여개에 이른다. 질 좋은 교육을 마음 맞는 몇 명이 함께 받는 것은 좋지만 일찍부터 사람을 가려 사귀면 사회성이 발달되지 않아 반쪽짜리 인재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일보